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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이야기/해외축구

박지성, 지나친 혹사가 부른 페이스 저하


심상치 않다. 홈에서 열린 북한과의 대표팀 경기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맨유에 합류한 이후 박지성이 예전과 같은 몸놀림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박지성 특유의 다이나믹한 움직임도 날카롭던 공간창출도 팀에 전체적인 도움을 주던 균형잡힌 퍼포먼스도 사라져버렸다. 열심히 경기장을 누비려는 헌신적인 플레이는 여전하지만, 막상 경기장 안에서 팀에 가져다주는 소득은 미비하다.

영국 언론들 또한 이렇게 페이스가 뒤떨어진 박지성을 향해 이구동성으로 우려의 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맨체스터 이브닝은 선더랜드전에서 선발 출전해 69분간 활약한 박지성을 향해 "보통 때와 달리 가라앉았다. 선덜랜드를 괴롭히지 못했고 오히려 동점골에 빌미가 됐다" 는 평가와 함께 평점 4점을 부여. 경기 최악의 선수로 손꼽기도 했다.

그렇다면 불과 몇 주전만해도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맨유 3월의 선수에도 선정되었던 박지성의 갑작스러운 페이스 저하 이유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무엇보다 앞서 말했듯 체력적인 고갈이 가장 두드러진 이유라 말할 수 있다.

박지성의 포지션 경쟁자로 분류되었던 나니와 조란 토시치의 장기적인 부진 그리고 라이언 긱스의 중앙 미드필더로의 포지션 변경은 그동안 박지성 혼자 큰 체력적인 부담을 떠안고 경기에 뛰어야하는 결정이 되고는 했다. 그는 지난 몇 개월간 거의 대부분의 중요한 경기를 풀타임으로 선발 소화했다. 소속팀은 물론, 장시간의 비행이 필요한 국대 경기 또한 마찬가지였다. 또한 주장이라는 커다란 직책을 맡고 있기에 국대 경기를 뛰면서는 이보다 더한 부담을 떠안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물론 반대쪽 위치에서 플레이하는 호날두 또한 거의 대부분의 경기를 소화했다. 그러나 그는 근본적으로 박지성과는 다른 입장에 있다. 공격뿐만 아니라 적극적이고 과감한 수비가담까지 요구받는 박지성과 공격에만 집중하며 체력을 세이브 할 수 있는 호날두에게는 요건상의 차이가 존재한다. 유독 박지성의 체력과 집중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는 이유에는 이런 내막이 있다. 호날두의 날카로운 공격능력을 위해 그의 수비부담까지 일정 부분 떠안으면서 더욱 체력이 고갈된 것이다.

또한 페이스 저하의 또다른 이면에는 한 해가 지나갈수록 높아져가는 그의 나이 또한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그동안 박지성은 프로생활을 해오며 4월 혹은 시즌의 막바지에 갈수록 더 좋은 모습의 플레이를 선보여왔다. 다른 선수들의 체력이 고갈되고 페이스가 다운되어 가는 시점에 그는 늘 자신의 장점인 체력적 우위를 앞세워 그라운드를 지배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박지성 또한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도 예년과 같은 모습을 한 20대 초반의 선수가 아니라 30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압도적인 체력을 바탕으로 그라운드 곳곳을 누비며 지배하는 현실이 선수생활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계속될 수는 없다. 거기에다가 그는 치명적인 무릎 부상으로 약 1년간 그라운드를 떠난 경험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자칫 무리했다가는 다시 부상이 도질 위험성 또한 다분하다. 무쇠와도 같은 기계가 아니기에 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즉 박지성도 이제 몸이 아닌 지능적인 방식으로 축구를 해야 할 때가 도래했다. 또한 팀을 위하는 움직임만큼이나 자신을 위한 이기적인 움직임을 보일 필요도 있다. 늘 몸을 혹사시키며 그라운드 안에서 무언가를 획득해나가려는 방법으로는 선수 생활을 오래 유지시킬 수 없다. 이제 박지성도 베테랑이다. 그러니 노련한 베테랑의 모습으로 스타일을 서서히 바꿔나가려는 새로움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