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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버라이어티

김경진, 볼수록 빛나는 개그계의 재목

그동안 3사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중 KBS 개그콘서트가 유달리 주목받으며 잘 나갈수 있었던 이유에는, 프로그램에 존재하는 스타 개그맨들의 긍정적인 영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중들은 여타의 다른 예능인들이 출연하는 버라이어티보다 강호동, 유재석이 출연하는 버라이어티에 더 깊은 신뢰와 선호감을 보낸다. 이는 채널을 선택하는 대중들이 검증된 스타가 등장하는 프로그램에 더 강한 친근감과 정서적인 유대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유명 진행자들이 억대 개런티를 받으며 브라운관의 프로그램들을 거의 휩쓰는 것 또한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MBC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야와 SBS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웃찾사가 유독 시청자들의 외면에 시달리고 있는 이유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일요일 저녁 9시라는 황금시간대에 방영되는 개콘과는 동떨어진 불리한 편성시간대를 논하는 이도 있고, 프로그램의 아이디어나 코미디언들의 연기수준이 개콘만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논란들 또한 근본적인 이유를 뜯어보면 결론은 하나로 귀결된다. 그들에게는 단번에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어올만한 스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대중들은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법칙을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에도 동등하게 적용시킨다. 즉 개그야와 웃찾사의 부진은 그들이 스타를 보유하지 못해 시청자들의 이목에서 벗어난 현상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웃찾사와 개그야 또한 과거 높은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대단한 전성기를 누린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당시 그들이 높은 인기를 구가할 수 있었던 원동력 또한 윤택, 김신영, 김미려등의 스타 코미디언들의 절대적인 활약 덕분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후 에 그들은 스타를 전혀 배출해내지 못했고, 자연스럽게 몰락했다. 스타가 되기 위해 지름길만을 찾으려는 젊은 개그맨들만이 우후죽순 등장했을뿐이다. 또한 이들처럼 유행어 하나를 만들어 스타가 되보겠다는 얄팍한 생각을 가진 코미디언들 덕분에 전체적인 프로그램의 질은 점점 낮아져가기만 했다. 그런데 최근 MBC 개그야에 스타로 등극할 확률이 매우 높은 제대로 된 대박 개그맨 하나가 등장했다. 그는 MBC 공채 개그맨 콘테스트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하며 개그야에 입성한 신인. 바로 김경진이다.


대중들에게 김경진이라는 개그맨은 무한도전 특집 돌아이 콘테스트에 참여한 인물 중 한 명으로 더 잘 알려져있다. 사실 일반인들이 겨루는 일종의 단편적인 축제 무대에 방송국 공채 개그맨이 참여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 개그맨인 그가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무대에서 압도적인 모습으로 웃음을 창조해내도 논란이 될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방송 안에서 다른 여타의 일반인 출연자들에게 밀리는 모습을 보여도 논란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경진은 무한도전 출연 이후에 이런 문제가 될만한 논란들과는 한창 벗어난 형태의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그 주목을 출연중인 개그야와 자신의 인지도로 고스란히 가져오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이는 그가 가지고 있는 무색무취의 매력이 십분 발휘되며 무한도전에 긍정적인 형태의 에너지를 불어넣었기 때문이다.

개그맨 김경진은 그만큼 무색무취라는 표현 하나로 모든 것이 정리 가능한 인물이다. 대단히 어눌하고 느린 말투를 구사하며, 큰 목소리로 자극적인 말들을 나열하지 않는 개그를 선호한다. 최근 공개 코미디 무대에서 빠른 말과 자극적인 행동으로 시청자들을 휘어잡으며 인기가도를 달리는 개그맨들의 성향과는 한참 빗나가 있는 것이다. 자극에 길들여진 근래 시청자은 개그맨들의 개인적인 능력과 호감도를 그의 말투와 행동에서 앞서 판단한다. 그런데 김경진은 느리고 어눌하다. 그렇기에 겉으로는 참 보잘것 없어 보인다. 그러나 웃기고 또 웃긴다. 다른 여타 개그맨들이 시도하고 만들어냈던 억지상황극 속의 어눌함이 아닌 진짜 날 것 그대로의 어눌함을 제대로 선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는 앞서 말한것처럼 자극적인 것을 찾아헤매는 대중들의 성향 때문이겠지만, 신선한 날 것 그대로의 매력을 느끼게 해주는 개그맨은 사실 근래에 전무했다. 시청률 20%를 기록한다는 개콘에서도. 선정적인 이슈를 끝임없이 불러모으는 웃찾사에서도 이같은 법칙은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공통점이었다. 하지만 김경진은 이미지의 굴레가 아닌 진짜 자신이 보여주고 보여줄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무리하게 행동하지 않는다. 속된 말로 뜨기 위해 자극과 유행어를 남발하지 않으며 개그맨 본연의 자세 그대로 행동하면서도 제대로 웃기는 것이다.

그가 매주 등장하는 시사매거진 박준형의 눈은 김경진이 가지고 있는 어눌한 무색무취의 매력이 십분 발휘되는 코너다. 그는 이 코너 안에서 빠른 말과 자극적인 행동만이 웃음을 창조해내는 유일한 무기가 아님을 고스란히 증명해낸다. 박준형이 성형의 세태를 꼬집는 질문을 내던지자 이를 갑자기 조선시대로 넘겨 그때 태어났으면 내가 미남이었다며 시대를 한탄하는 모습이나, 복권 때문에 사회적인 문제가 일어났는데 이를 어떻게 해야겠냐는 질문에 복권은 500원짜리로 긁어서는 안된다고 말하는 그의 개그는 웃기지 않아야 정상인데도 웃긴다. 무언가를 억지로 만들어내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그냥 그 존재감 하나만으로 웃음이 터질만한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개그야는 이전에 사모님 김미려 신드롬을 앞세워 20% 가까운 시청률 고지를 넘보기도 했었다. 하지만 캐릭터의 연기력과 이미지로 창조해낸 일시적인 인기는 결코 오래갈 수 없었다. 이내 신드롬은 끝났고, 개그야 또한 제자리로 뒷걸음질치고 말았다. 하지만 이런 개그야에 김경진은 축복과도 같은 존재가 될 가능성이 농후한 개그맨이다. 앞서 말한것처럼 억지로 만들어낸 이미지가 아닌 본연의 모습 그대로 웃음을 만들어낼 수 있는 천부적인 개그맨으로서의 능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에 출연중이며 각종 버라이어티 무대에서 큰 활약을 선보이고 있는 정형돈과 경쟁력을 갖춘 차세대 여성 MC로 떠오른 신봉선 그리고 황금어장 무릎팍도사에 출연중인 유세윤은 모두 개그콘서트라는 프로그램이 발굴해낸 원석들이었고, 이후 각종 예능프로그램들을 통해 스타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들의 뛰어난 활약을 기반으로 개그콘서트는 이후에도 끝임없는 스타들을 계속 발굴해내고 배출해냈다.

공채개그맨 대상 수상자라는 경력을 버리고, 일반인 출연자 틈 사이에 끼는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히 자신의 역할을 다한 김경진은 이들처럼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 배출한 스타로 거듭날 가능성이 충분한 인물이다. 탁월한 재능뿐만이 아니라 긍정적인 마인드 또한 갖추며 자신을 낮출줄 아는 자세를 지니고 있기에 성공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아직 신인이고 지금까지 보여준 것보다 앞으로 더 보여줘야 할 과제가 많은 그의 섵부른 성공을 예측하는 것은 다소 오버일수도 있다. 하지만 천편일률적인 법칙과 식상한 스타일을 밀어붙이며 한방만을 노리는 코미디언들 사이에서, 은은한 형식의 새로움을 제공하는 김경진이 개그계의 새롭고 훌륭한 재목이라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앞으로도 여러 프로그램 안에서 지금처럼 신선한 자신의 색깔로 웃음을 만들어낼 그의 활약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