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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버라이어티

이외수의 예능 출연이 불편한 이유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멀티 연예인들이 최근 예능 프로그램의 다양한 위치에서 좋은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그 중 최근 가장 눈에 두드러지고 있는 신예는, 단연 이외수다. 소설가이자 작가로 이름이 드높은 그는 현재 MBC 공중파 라디오 표준FM에서 이외수의 언중유쾌를 진행중인 라디오 DJ이며, 지난해 시트콤 크크섬의 비밀에 출연한 것을 필두로 인기 예능프로그램인 1박 2일과 우리 결혼했어요에도 게스트로 깜짝 출연하기도 하였다. 이후 그는 무릎팍도사에도 출연하며 대중들의 관심을 한몸에 모았고, 이제는 소설가라는 타이틀만큼이나 방송 연예인으로서의 입지 또한 점점 굳혀나가고 있는 중이다. 최근 그는 기세를 몰아 주말 예능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에 멘토 역할을 하는 캐릭터로서 고정 출연을 최종 확정짓기도 하였다. 사실상 소설가 못지 않은 예능인이자 방송인이라는 타이틀을 가져가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이외수의 외도를 과연 좋고 긍정적인 형태로만 받아들여야 하는것인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그 중 가장 깊게 밀려드는 의구심은 방송인과 소설가 그리고 일반인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외수가 위치한 정확한 경계가 어디인지에 대한 고찰이다.

이외수는 훌륭한 작가였고 지금도 대단히 훌륭한 작가다. 지금처럼 활발히 방송에 모습을 드러내기 이전부터 그는 스테디셀러 작가였고, 또한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했다. 하지만 작가 이외수가 아닌 인간 이외수가 본격적으로 대중들 사이에서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방송의 힘에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그는 다큐멘터리 인간극장에서 두드러진 개성을 가진 괴짜스러운 자신의 캐릭터를 고스란히 노출시킨 이후부터 대중들의 폭발적인 주목을 받는 스타 작가가 되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어떤 책을 발간만해도 모두 수십만권 이상 팔아치우는 스타가 되었다.


물론 처음 방송이 방영되었을 당시 이외수는 대단히 신선한 활력과 독특한 매력까지 보여주는 캐릭터로서 브라운관 안에서 커다란 가치를 지닐만한 인물이었다. 그렇기에 그를 향한 폭발적인 대중들의 관심과 인기가 놀랍거나 새삼스럽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방송의 힘을 등에 업고 수십만권의 책을 더 판매하는 작가가 되었어도 그것을 부인하거나 잘못된 것이라고 매도할 이유도 없다. 이외수의 글을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이건 이외수의 방송에서의 모습에 반해 그냥 책을 산 것이건, 그가 가진 매력에 대중들이 심취한 것을 잘못된 것으로 몰아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 대중들이 이외수를 선호했던 근본적인 이유로 되돌아가보면 지금처럼 늘어지고 아무 개성도 가지지 못한 이외수를 보는 것은 시청자로서 괴로운 일이다. 그가 대중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방송인이나 예능인이 아닌 작가이고 괴짜스러운 모습을 지닌 독특한 인물상을 대변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이외수는 인간극장에서 보여주었던 독특한 작가의식이나 예술의식을 지닌 작가 이외수의 모습보다는, 상업주의를 추구하고 갈구하는 연예인의 모습에 더 가까운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방송에서 쓰일만한 매력적인 캐릭터로서의 가치가 이제는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히 상업적인데 이를 상업적이지 않은 도인의 모습처럼 포장하는 매스미디어의 힘과 결합한 이런 이외수의 파괴력은 점점 무서운 것이 되어가고 있다. 앞서 말했듯 이외수가 상업적인 작가인 것은 결코 나쁜일도 아니고 부정해야 하는 일도 아니다. 하지만 상업적인 그를 상업적이지 않은 인물로 포장하고 마치 해탈한 도인이나 신선처럼 만들어내는 TV 속 이미지는 명백한 거짓말이며 사기이며 잘못된 것이다.


그가 멘토 역할을 맡아 출연한다는 남자의 자격은, 거침없던 모습으로 세상을 향해 일갈한다던 인간극장 속 이외수가 얼마나 일그러진 형태로 대중들 앞에 나타나기 시작했는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프로그램 안에서 이경규나 다른 남자의 자격 멤버들은 마치 부족한 자신들과는 다른 완벽한 누군가를 만난 것처럼 이외수에게 조언을 구하고 그가 신이라도 되는 것마냥 떠받들어주기에 바빴다.

비현실적인 하나의 완벽한 어떤 대상을 만들어놓고 그 캐릭터로 이외수를 끼워파는 형식으로 대중들에게 선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1년전에는 대통령을 향해 이민이나 가버리라고 말하고 그 지지자들을 개로 비유하며 쓴소리를 아끼지 않던 이외수는 어느새 그런 이들의 틈새에서 하나의 신처럼 군림하다가 이내 바보처럼 눈알만 굴리는 행동까지 보여주느라 바빠보였다. 여러 방송에서 호출할만한 캐릭터로서 독특한 매력과 자신만의 주관을 갖고 있던 이외수는 없고, 더는 새롭지도 못한 모습으로 진부한 누군가의 발자국만 뒤쫓아가느라 바쁜 이외수의 모습만 남은 것이다.


얼마 전 이외수는 자신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출판 업계에 진출한 빅뱅의 자서전을 비판하는 대중들을 모두 싸잡아 촌스럽다고 정의하였다. 그런데 연예업계에서의 성공과 대중적인 인지도를 바탕으로 출판업계에서도 대성공을 거둔 빅뱅을 옹호하는 그의 태도가 새삼스럽게 느껴지지 않은 이유는 왜일까. 이런 것을 도둑이 제 발 저려한다고 해석해야 하는 것일까. 확실한 것은 지금 방송계를 주름잡고 있는 예능 늦둥이 이외수가 결코 엄청난 재주와 능력을 갖춘 방송인이어서 그 자리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재능있는 솜씨를 지닌 진행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웃음 폭탄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개그맨도 아니다. 그가 방송에 출연하고 있는 것은 그가 작가 이외수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만들어준 이미지의 이외수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결국 인간극장 속에서 날 것의 신선함을 선사하던 작가 이외수는 없다. 만들어지고 가공된 이미지의 CF 스타 이외수만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외수의 예능 출연이 불편하고 또 불편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