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이야기/해외축구

조원희의 부상, 프로답지 못한 결과

박지성, 이영표등에 이어 최근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여섯 번째 한국 선수가 되었던 조원희(위건 어슬래틱)가 종아리에 심각한 부상을 당한 것이 밝혀지면서 이대로 시즌을 마치게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조원희는 지난달 28일 이라크와의 평가전을 뛰다가 종아리 부분에 타박상이 의심되는 부상을 당했었다. 하지만 본인과 의료진은 경기에서 입은 부상을 가벼운 것으로 쉬이 여겼고, 이에 조원희는 곧장 1일에 있었던 북한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홈경기를 90분 풀타임으로 소화하였다. 하지만 부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해 강행한 경기 출전은 결국 화가 되어 고스란히 선수에게로 되돌아왔다. 경기 출전 이후 촬영된 MRI 판독결과 시즌 아웃이 예상되는 큰 부상을 입었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조원희의 부상은 미리 방지할 수 있었던 부상을 더 크게 키워냈다는 점에서 프로답지 못한 대단히 실망스러운 결과라 할 수 있다. 그의 부상으로 공백이 생긴 미드필더진에 조원희의 주전 가능성을 테스트하려던 위건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또한 수비형 미드필더로의 포지션 변경 이후, 거침없는 기량 상승행진을 이어나가던 조원희 또한 급브레이크가 걸린채 긴 부상의 신음과 싸워야하는 입장이 되고 말았다.


특히 조원희는 지난해 수원과의 계약 기간이 만료된 이후 소속팀을 찾지 못하고 몇 개월이나 허송세월로 시간을 내보내야만 했다. 모나코를 비롯한 여러 유럽클럽팀의 입단테스트를 받으며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결과가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게 소속팀 없이 방황하던 조원희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인정하고 그를 끌어안은 팀이 바로 위건 구단과 스티븐 브루스 감독이었다. 그런데 정작 위건은 국가대표팀 경기를 위해 무리수를 둔 조원희의 행동때문에 그를 단 한 경기에도 실전에 투입시키지 못하고 부상 선수만 끌어안아야하는 결과를 받아들고 말았다.

아마도 과거 같았으면 대표팀을 위해 헌신적으로 그라운드를 누비다 부상을 당한 조원희의 행동을 칭찬하고 그의 정신력을 극찬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조원희의 이와 같은 행동을 대단히 경솔하고 철없는 행동으로 판단해야하고, 비판해야 함이 옳다.

특히 현재까지 알려진 것으로는 조원희 스스로가 자신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대표팀 경기를 자청해서 뛰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그가 어떤 목적과 마음가짐으로 대표팀 경기를 자청했는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스스로가 가장 우선해 판단해야 할 자신의 몸상태를 도외시하고 치기만 앞세운 이번 행동은 결코 좋게 평가받을 수 없는 부분이다.

그리고 허정무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들의 이번 결정 또한 비판받아 마땅하다. 김정우(성남)의 경고누적으로 인한 공백으로, 사실상 이번 대표팀은 실전에 투입시킬만한 수비형 미드필더를 조원희 단 한 명만 보유하는 핸디캡을 안고 경기에 임해야만 했다. 그런 이유로 결국 조원희는 부상까지 입었음에도 무리해 90분간 풀타임으로 경기를 소화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어렵고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었더라도 대표팀 경기를 뛰다 부상까지 입은 선수를 3일만에 곧장 다음 경기에 투입시킨 결정은 코칭스태프가 선수보호를 도외시했다는 비판을 사기에 알맞은 행동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허감독이 의도적으로 외면하던 김남일(빗셀 고베)의 공백과 균형적이지 못한 선수 선발 결과가 못내 아쉬워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삼아, 조원희뿐만이 아니라 다른 선수들 또한 자신의 건강과 소속구단에서의 활약을 우선시하는 풍조를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다. 특히 국가대표팀 경기를 우선시하느라 예측 가능했던 부상을 막지 못하고 악화시키는 프로답지 못한 프로들의 처신에 대해서도 향후 깊은 논의가 진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과거 스페인 레알 소시에다드에서 뛰던 이천수 또한 경기 전 훈련 도중에 입은 발목 부상에도 불구하고 이란과의 올림픽 최종예선 원정경기에 출전을 강행해 경기 풀타임을 소화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 경기에서 이천수는 결승골을 작렬시키며 팀 승리의 주역이 되었지만, 이후 입은 부상이 악화되어 결국 팀내 주전경쟁에서 밀려나며 곧 소속팀을 떠나야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국가를 위해 헌신했지만 결국 그가 받아든 것은 소속팀에서의 이적 통보서 뿐이었던 것이다.

물론 국가를 위해 큰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선수의 열정이 매도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나 돈을 받고 경기장을 누비는 프로 선수가 가장 우선시해야 할 대상은 자신의 재산이라 할 수 있는 신체의 건강과 소속팀의 승리라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어찌되었든 어렵사리 프리미어리그 진출의 꿈을 이뤄낸 조원희가 이렇게 큰 부상을 입게 된 상황은 상당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의 빠른 쾌유와 건강한 모습으로의 그라운드 복귀를 기원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