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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버라이어티

유세윤, 무시무시하게 영리한 프로

황금어장 속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스타트했던 무릎팍도사가 벌써 3년째 지속되며 꾸준하게 인기를 끌어모으고 있다. 명실상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토크쇼로 거듭난 무릎팍도사 안에서 가장 중심이자 핵심인 인물은 단연 쇼의 호스트이자 진행자인 강호동이다. 그의 화통하고 직설적이지만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웃음과 감동을 버무릴줄 아는 재주는 수많은 스타들이 무릎팍도사 출연을 선호하게 되는 원동력이 되어왔고, 지금까지 쇼가 최고의 위치를 유지하며 이어질 수 있는 근본과도 같았다.

하지만 무릎팍도사가 이렇게 대한민국 최고의 토크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원동력에는 오직 진행자 강호동의 힘과 재능만이 있었던 것은 결코 아니다. 반대로 최근에는 나긋한 방식의 진행에 앞장서는 강호동보다 쇼 안에서 악역을 자처하며 더욱 빛나는 활약을 펼치는 스타가 있고, 그의 재능이 무릎팍도사를 한층 더 빛나는 토크쇼로 완성시켜나가는 힘이 되고 있다. 강호동의 아성과 능력을 조합해나가며 최고의 활약을 펼쳐나가는 보조 진행자이자 사실상 현재의 무릎팍도사를 이끌어가는 원동력과 다름없는 남자. 그는 바로 건방진 도사 유세윤이다.


유세윤은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무대를 휩쓴 최고의 개그맨이다. 개그콘서트 무대 위에서의 유세윤은 그만큼 최고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을만큼 완벽했고, 지금도 완벽하다. 아이디어를 창조해내고 만들어내는 능력이나 개그맨으로서의 무대 위에서의 애드립도 대단하지만, 무엇보다 그는 풍부한 표정과 연기력 그리고 대사와 대본을 맛깔나게 소화해내는 기본기가 아주 탄탄하다. 현재 그는 개그콘서트에서 절친한 동료인 옹달샘(장동민, 유상무) 패밀리와 함께 할매가 뿔났다라는 코너를 만들어가고 있는데, 이 코너를 보면 유세윤이 가지고 있는 코미디언으로서의 장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기본적으로 할매가 뿔났다는 패륜이라는 쉽지 않은 소재를 웃음으로 버무리고 있다. 할아버지로 분한 유상무와 할머니로 분한 장동민은 서로 투닥거리며 예측 가능한 자학개그를 주고받다가 손자인 유세윤이 등장해 각종 상황극을 벌이고 이를 반전으로 마무리하는 형식을 보여준다. 이 장면들이 계속 연이어지면서 할아버지 역을 맡은 유상무는 심하다 싶을 정도로 손자인 유세윤에게 당하는 모습을 연속적으로 보여주는데, 정작 손자인 유세윤은 여전히 멀쩡하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런 설정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의 패륜적 상황극이 불쾌하다거나 심각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전혀 없다는데 있다. 이는 유세윤만이 가지고 있는 능글능글한 모습의 캐릭터가 코너 안에서 사랑스러운 방식으로 분출되고 있기 때문이고, 그가 그만큼 뛰어난 연기력과 감수성으로 자신의 모습을 가꾸고 표현해내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즉 그는 경쟁력 넘치는 캐릭터를 가꾸어나가고 만들어가며 승화시키는 방법을 아는 것이다.

이는 그가 현재 무릎팍도사에서 대단한 활약을 펼쳐나가고 있는 부분과도 맞닿아 있다. 처음 유세윤이라는 인물은 무릎팍도사에서 그닥 부각받지 못하는 존재였다. 아니 그는 반대로 옆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기타를 치다 한마디씩 툭툭 내뱉는 올밴보다 못한 존재였고, 타이밍을 맞추지도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쇼의 훼방꾼과 같았다. 그런데 그런 그가 프로그램 안에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은 어필할 수 있는 캐릭터를 찾아내고, 그 캐릭터 안에서 그가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낸 지점부터 시작되었다. 어떻게보면 그는 역설적이게도 리얼함이 대세가 되어있는 버라이어티 환경안에서, 반대로 철저한 설정과 계산된 은유적 개그 스타일로 대중들에게 어필하기 시작한 것이다.


개그맨 출신으로 버라이어티에 진출한 예능인 대다수가 결국 성공이라는 수확물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는, 순발력 부족과 짜여지지 않은 무형식 버라이어티에 대한 부적응에서 비롯된다. 이는 이미 코미디 프로그램의 대사형 개그에 익숙해져있고, 철저하게 짜여진 상황극와 연기에 의존하던 개그맨들이 순발력과 타이밍으로 버텨야하는 버라이어티에서 겪게 되는 너무나 당연한 종류의 시련이기도 하다. 실제 버라이어티에서 잘 나가고 있는 개그맨 출신이라는 이수근이나 정형돈도, 전문 개그맨이 아닌 MC몽과 노홍철에게 밀려 프로그램 웃음의 핵심에 있지 못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웃음을 주는 프로임에도 너무 계산적으로만 행동하는 것에 익숙해져있다보니 잘 노는 아마추어를 원하는 버라이어티 환경속에서 계속 부진한 상황이 연이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유세윤은 이런 현실을 재빠르게 인식하고 영리하고 기민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그는 억지로 잘 노는 사람도, 그렇다고 실제로 잘 뛰어노는 예능인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과감하게 그런 모습들을 일찍이 포기하고 내던진다. 그리고 노홍철과 같은 모습의 날것 그대로의 버라이어티맨이 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주특기인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필승 공식들을 그대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안에 적용시켰다. 자신의 최대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캐릭터를 풀어나가는 해석방법으로 버라이어티에 승부수를 내던진 것이다.

그는 프로그램 안에서 건방진 도사라는 닉네임처럼 게스트에게 호통을쳤고, 함부로 말하며 불쾌하다 싶은 날카로운 언행들도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런데 여기서 또 재미있는 것이 분명히 그의 언행이 건방지고 상당히 꺼려지는 부분이 적지 않은데도, 전혀 불쾌하지 않다는 점이다. 마치 그가 할매가 뿔났다에서 할아버지를 잔뜩 골려먹는 손자임에도 패륜아처럼 느껴지지 않듯, 버라이어티 안에서도 똑같은 모습으로 게스트를 골탕먹이고 있음에도 밉상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이 또한 유세윤이 프로그램 안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정확한 방향점을 향해 컨트롤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참 무시무시하다는 생각이 든다. 본래 기존에 있던 법칙과 기준에 끼어들어가지 못하면, 결국 그 안에서 도태되거나 아니면 빠져나오는 방법밖에 없다. 많은 개그맨들이 버라이어티에 도전장을 내던졌지만 혹독한 실패를 겪은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유세윤은 기존의 법칙 안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동화시키는 방법으로 버라이어티에서 성공신화를 써나가고 있다. 앞으로도 그가 자신의 스타일을 동화시켜나가는 모습으로 버라이어티에서 이보다 높은 성공신화를 써나갈 것이라 예측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사실 그는 여러모로 밑바닥이 보이는 몇가지 약점도 가지고 있다. 지난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보여준 것처럼 원활하지 않은 진행능력과, 처참했던 상상플러스 시절처럼 기가 강한 원초적인 이들 사이에서 컨셉을 장착하지 못했을 때의 부진한 모습도있다. 하지만 그는 그 누구보다 변화에 능수능란한 인물이다. 그러니 앞으로 닥쳐올 위기도 언젠가 극복할 것이라는 확신이 생기도록 만드는 존재다. 잔뜩 힘을 주던 강호동이 힘을 빼며 생긴 빈자리를 단숨에 메꾸었고, 곧장 무릎팍도사 안에서 자신만의 캐릭터를 확고하게 만들어낸 그의 재능은 분명 범상치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캐릭터를 오로지 유세윤만의 것으로 표현해내는 그의 성공신화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 확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말 개그맨이자 버라이어티맨인 유세윤은 무시무시하다. 기민하고 영리한 그 모습이 너무나 무시무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