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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연예스토리

故장자연을 보며, 배우지망생인 동생이 울었다

내게는 여동생이 한 명 있다. 고등학교때부터 연기를 하고 싶다는 꿈을 꾸기 시작해 꾸준하게 연기쪽으로 공부를 해오며 입시를 준비했고, 올해 높은 경쟁률을 이겨내고 수원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신입생으로 합격하기도 했다. 내게 있어서 그리고 우리 가족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보물이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만큼 착하고 예쁜 동생이다.

동생은 지난해에 충청권에 있는 모 연극영화과에 입학하였으나 집에서 통학이 가능한 학교로 재입학하겠다는 일념을 가지고 반년동안 재수를 준비했다. 집에서 떨어져 있는 연기입시학원에서 밤새도록 연습을 하느라 차가 끊기는 경우가 잦았고, 그 때문에 오빠인 내가 밤늦게 학원으로 동생을 데리러가는 경우도 많았다. 그리고 나는 그때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연습때문에 흘린 땀에 젖은 얼굴로 늘 녹초가 되어 잠든 동생의 모습을 보고는 했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그런 동생의 모습을 바라보는 오빠의 마음은 뿌듯하고 또 뿌듯했다. 꼭 동생이 아니더라도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자신의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이를 지켜보는 것은 참 기쁜 일이다. 그 당시 동생은 앞으로 자신의 재능만으로 자신의 실력만으로 노력한다면 좋은 배우나 연기자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고, 꿈도 있었다. 좋아하는 연기를 위해 앞으로 자신의 모습을 더 발전시키겠다는 당찬 꿈과 믿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장자연씨 자살 사건과 그 내막은 내 동생의 그런 순진한 믿음을 완전히 깨부수는 사건이 되고 있다. 그런 허탈함을 느낀 사람은 내 동생과 나 뿐만이 아닐 것이다. 그만큼 이번 사건은 연예계를 지켜보던 모든 사람들과 순수하게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진 모든 이들의 마음을 송두리째 짓밟는 사건이었다. 물론 아직 사건의 정확한 정황이나 내막 그리고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누군가를 이르게 비하하고 짓밟으며 매장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앞으로의 조사는 경찰이 하게 될 것이고, 명백한 진실 또한 그 결과에 따라 드러나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말처럼 이런 이야기 자체가 거론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또 진실에 근접한 사실이라는 것이 속속 밝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큰 충격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한 여자의 억울한 죽음 이상의 공평해야 해야할 인간들의 삶을 배반하는 화두가 되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나 열심히 일하고 꿈을 쫓으며 살아간다. 그 이유는 당연히 내가 지금 이 위치에서 노력하면 그렇게 노력한만큼의 댓가가 뒤따를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건 누구나 마찬가지다. 회사에서 우리네 아버지들이 갖은 모욕을 참아가면서도 일하는 이유는 가족의 더 나은 삶을 위하기 때문이고, 학생들이 죽어라고 공부를 하는 것은 미래에 더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한 결정이다. 하물며 지금 내가 이 긴 글을 쓰고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많은 분들이 이 글을 읽고 많은 의견을 내주고 소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쓴 것이다. 세상 누구나 그런 기대를 가지고 있기에 살아갈 수 있는 것이고 노력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습게도 장자연은 그런 공정한 무대 위에서 애시당초 빗겨나 있어야만 했다. 그녀는 연기자로서 성공하기 위해 연기력을 키우라는 권유가 아닌 술시중을 강요받았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남긴 글귀에는 "저는 힘없고 나약한 배우입니다" 라는 글이 적혀있다. 정말 그녀가 느낀 고통이 그대로 절실하게 드러나 있는 글귀다. 배우는 연기력만으로 자신이 가진 재능만으로 평가받아야 하는 것이 옳은데도 그녀는 힘없고 나약해서 그럴 기회조차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스타가 되고 싶으면 술시중이나 들라고 힘있는 자들에게 강요받은 것이다. 

물론 연예계뿐만이 아니라 세상사가 전부 그렇게 공평하지도 만만하지도 않다. 그러니 그런 불공평한 세상에 맞춰서 그 가운데서도 살아보려고 애쓰는 태도가 옳은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런 입장만 놓고보면 세상을 이겨내지 못하고 자살한 장자연이 나쁜 사람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이 깨끗해지길 바라는 마음을 가진 사람의 꿈이 순진하고 세상물정 모르는 놈의 철없는 행동이더라도 최소한 깨끗한 세상이 현실이라고 믿을 수 있을만큼의 규칙과 룰은 필요한 법이다. 그게 동물이 아닌 사고할 수 있는 인간들의 삶이니까 정도가 필요한 법이다. 그런데 넌 배우인데 성공하려면 연기력 필요없고 그냥 열심히 술시중이나 들어라. 이게 인간들의 규칙인가? 아니다. 정말 지능이 없는 개, 소, 돼지들의 법칙이다. 이 나라에 법이 왜 존재하는지 그리고 규칙은 왜 존재하는지 우리가 왜 인간답게 살며 땀흘려 열심히 일하고 노력해야하는지를 회의스럽게 만드는 규칙인 것이다. 비열한 악육강식과 요령만이 통용되는 세상이라면 우리는 왜 초록불일때 신호등 건너라고 어린 아이들에게 가르치는가. 그렇게 세상사 더러운 악육강식이라는 것만 가르치고 알아내려면 그냥 차 안오면 빨간불에도 알아서 무단횡단 하라고 요령부터 가르치면 그만아닌가? 요령으로 가득찬 세상에 염증을 느끼고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죄라면 인간들 누구나 억지로 악수하면서 규칙 정해놓고 살 필요가 없다. 그냥 손에 총들고 배틀로얄이나 하는게 옳은거다. 철저한 약육강식. 힘 있는 놈의 없는 놈 핍박. 그렇게 원숭이만도 못하게 살아가면 그만인 것이다.

하긴 어쩌면 여기까지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러니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성공을 위한 성적인 거래라니. 이건 정말이지 미치고 팔짝 뛰기에 딱 알맞은 내용이다. 정말 이건 끔찍하다 못해 사실이라면 아예 연예계를 불태워 없애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명백하게 밝혀내야만 하는 일이다. 나는 지금껏 짧은 살아왔지만 너무나도 당연하지 않은 일을 하면서도 주위 몇몇 사람들에게서는 이상한 놈 취급을 받았다. 내가 이상한 놈으로 취급받았던 이유는 살아가면서 단 한 번도 여성을 성적으로 사본 경험이 없고, 앞으로도 살 예정에 없으며 죽을때까지 살 생각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꼭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누군가는 이렇게 반문한다. 네가 과연 언제까지 그런 입발린 소리 할 수 있겠냐고. 그리고 나중에는 네가 그런 말을 꺼낸거 다 후회하게 될거라고 말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 입장을 미친듯한 관용으로 이해할 수도 있고, 받아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그들의 주장이나 사상이 끔찍하다고 생각하는건 당연한 일이다. 그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일. 힘만 있다면 돈만 있다면 여자와 성을 거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 자체가 너무나 추잡하고 더럽다는 것이다. 


제발 사건의 핵심을 보자. 개인적으로 나는 이와 같은 사실이 드러나기 전에는 고인의 명예를 생각해 이번 사건이 언론에 공개되지 않길 바라는 입장이었다. 왜냐하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극히 일부분의 경우가 전체로 매도되면서 가십적인 이야기들만 범람하고 그 와중에 고인의 명예가 흥미위주의 추측들과 함께 더럽혀질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인의 가족들이 필사적으로 이 내용이 공개되길 원하지 않았던 것도 아마도 그런 이유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송원섭 기자께서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http://isblog.joins.com/fivecard/334)도 다른 시각에서 접근한다면 옳은 내용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또 이미 내용이 공개된 이상 그게 옳다 나쁘다하면서 본질을 흐리고 구시렁대는 것은 맞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문건이 공개가 되었다면 과거 이야기는 하지 말고 그 내용을 철저하게 검토해 진실을 밝혀내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저 이번 사건의 본질을 이와 관련된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는 것이 옳았느냐. 아니면 공개하는 것이 옳지 않았느냐고 갈려 아직까지 싸우는 짓은 너무나 무의미한 소모전에 불과하다. 이 사건에서 이제 중요한 것은 배우에게 정말 물리적인 폭행과 협박 그리고 성상납 강요가 있었는지 철저하게 밝혀내고 만약에 그런 사실들이 있었다면 관련자를 엄정하게 처벌하는 일이다. 다시는 연예계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사건을 철저하게 파헤치고 뿌리를 뽑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겉가지만 바라보면서 의미없는 내용으로 싸울 시간은 없다. 이제 내부를 바라보는 일이 필요하다.

결론을 짓자면, 어떻게든 이번 사건은 해결해야 하는 우리 사회의 과제이자 숙제이다. 결코 덮어둘만한 이야기가 못된다. 내 동생은 울었다. 비겁하고 추잡한 내용들이 너무 많고 그것들이 자신과 연관되어 있는 이의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는 생각에 분한 마음을 참지 못하고 울었다. 아마도 故장자연씨 또한 세상을 떠나겠다고 마음먹는 그 순간까지 같은 마음가짐으로 피를 토해내는 억울함에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몫으로 남겨진 그녀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일에 열중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는 장자연씨와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한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고, 진실을 밝혀내려는 우리의 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