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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연예스토리

다비치 표절논란과 뻔뻔한 이중잣대

어려운 경제사정만큼이나 유달리 힘든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가요계에 또다시 유쾌하지 않은 소식들이 들려오고 있다. 이효리가 출연한 뮤직비디오의 인기에 힘입어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던 그룹 다비치의 신보에 수록된 2곡이 표절곡이 확실하다는 네티즌들의 의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네티즌들은 이번 다비치 신보의 타이틀곡인 8282가 가수 Mika의 곡인 Happy ending와 80년대에 유명했던 여성 듀엣인 The Weather Girls의 It's Raining Men을 섞어놓은 곡이라며 한 곡도 아닌 두 곡 혹은 그 이상의 곡을 짜집기한 종합적인 표절곡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상태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다비치의 새로운 음반은 대중들에게 공식적으로 공개된지 수일도 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곡이 공개된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다비치의 신보와 신곡이 너무나도 빠르게 표절의혹에 시달리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만큼 다비치의 신곡이 다른 이들의 귀에 익은 표절곡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러니 가요계를 아끼는 팬들에게는 매우 충격적인 사건으로 다가올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의혹들이 계속 제기되고 들춰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비치의 소속사인 엠넷미디어측은 이번 표절사태에 대해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이는 전에도 수차례나 자사 작곡가들의 곡이 표절의혹에 시달렸지만, 그때마다 모두 모르쇠로 일관하던 엠넷미디어측의 태도와 가장 맞닿아있는 행동이기도 하다. 엠넷미디어는 최근 거대 음악 기획사들 중에서 가장 압도적인 숫자로 소속 가수들의 곡 표절시비를 일으켰던 회사였다. 

실제 전국민적인 인기와 더불어 엠넷미디어의 신예그룹 FT 아일랜드를 가요계 톱밴드로 성장시킨 그들의 데뷔곡 사랑앓이는 일본의 인기드라마 OST를 완전히 베낀 곡이 확실하다는 판정을 받았었고, 이번에 표절 의혹에 시달리고 있는 다비치 또한 지난해 발표된 디지털 싱글곡인 사랑과 전쟁이 신인그룹 오성과 신인가수 성유빈의 과거 곡들을 그대로 베껴 쓴 것이 확실하다는 가요계 종사자들의 의혹에 시달린바 있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곡의 표절의혹에도 불구하고 그때마다 엠넷미디어측은 언론과 대중들을 향해 제대로 된 변명이나 명쾌한 해답을 준 적이 없었다. 표절이라는 명백한 지적재산권 침해행위를 저질러놓고도 이 사실을 사과하는 것을 거부한 것이다.

그들이 펼친 논리는 곡을 쓴 사람은 작곡가이니 자신들에게는 책임이 없다는 것이었고, 궁금하면 곡을 만든 작곡가에게 물어봐라는 식의 대답이나 아니면 표절이라는 단어 자체에 아예 과민반응을 보이며 어처구니 없는 주장으로 표절에 대한 당위성을 줄줄이 읊는 모습만을 보여주는 것뿐이었다. 특히 방송의 힘을 제대로 업고 있는 거대 소속사들의 태도는 이보다 더 나아가 자신들이 피해자라는 것을 강조하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졌다. 표절의혹이라는 자체가 통용될 수 없는 것이고, 표절 의혹은 가수들의 안티들이 예민하게 언론조작을 위해 만들어낸 상황극이라는 말도 안되는 논리를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정말 적반하장도 이 정도면은 유분수의 지점을 아예 넘도고 넘어버린 태도다. 그렇다면 가요계에는 처음부터 이렇게 표절에 대한 일말의 죄책감이 없는 뒤틀린 자신들만의 논리가 존재하고 있었을까.


90년대 중반 최고의 인기 혼성그룹이었던 룰라의 리더 이상민은 갑작스러운 자살 시도로 세상을 깜짝 놀래킨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모든 것을 가졌다고 판단되던 그가 갑작스럽게 자살을 시도했던 이유는, 2집 날개잃은 천사의 대히트 이후 곧장 내놓은 3집 타이틀곡 천상유애가 일본 유명그룹의 곡을 그대로 표절했음이 드러나 이에 크게 상심했기 때문이었다. 가수 김민종 또한 곡의 표절시비에 휩싸였었다. 그는 자신이 부른 영화 귀천도의 OST인 귀천도애가 역시 일본의 유명곡을 표절했다는 시비에 휘말리며 가수활동을 정지함과 동시에 가수 은퇴를 선언하였다. 그들이 표절로 인하여 어려움을 겪었을 당시 이상민과 김민종은 표절했던 곡을 창조해낸 당사자는 결코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작곡가가 건네준 곡에 자신의 혼을 담아 그 노래를 불렀다는 이유만으로 곡이 쓰여진 사람과 동등한 책임을 마땅히 짊어지고 받아들였다. 이는 그 당시에 대다수 가요계 종사자들과 대중들이 표절이라는 행위 자체를 심각한 하나의 범죄이자 잘못된 것이며 또한 바로잡아야 할 대상으로 확실히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십여년이 훌쩍 지난 지금 시점의 가요계에서는 전혀 그런 것을 찾아볼 수 없다. 이는 그만큼 가요계 전반에 깔려있는 만연한 상업주의가 만들어낸 폐혜이다. 마치 모로 가도 서울만 가도 된다는 식의 논리가 통용되기 시작하면서 만들어진 나쁜 습관이라는 것이다. 가수 이승철은 과거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자신의 노래인 소리쳐가 영국의 팝가수 Gareth Gates의 Listen to my heart와 같다는 표절의혹에 시달린 상황을 유독 억울하다고 항변하였다. 그리고 그는 소리쳐와 Listen to my heart가 같은 곡이지만 결코 표절이 아닌 정당하게 돈을 주고 사온 샘플링 곡이라는 사실을 강조하였다. 하지만 이승철의 이와 같은 주장들은 너무나도 어처구니가 없는 변명에 불과한 것이다. 왜냐하면 이승철이라는 인물이 Gareth Gates의 곡을 정당하게 샘플링으로 취득한 시기는 이미 소리쳐라는 노래가 표절의혹에 한창 시달리고 난 그 이후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승철의 주장은 도둑이 물건을 훔치다 걸리니까 물건값을 지불하면서 난 훔친게 아니라며 되려 큰소리친 꼴과 같다는 것이다.

이승철이 이와 같은 모습을 보여줄만큼, 현재 가요계와 대중들 그리고 몇몇 가수들과 작곡가들은 표절행위에 대한 죄책감이 전무하고, 대중들은 표절이라는 사실 자체에 흥미만 보일뿐 책임소재에는 무관심한 모습으로 반대로 표절이라는 것 자체를 쉬쉬하고 덮는데만 급급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가요계에 전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거대 기획사들은 이러한 상황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기도 하다. 그들은 아예 곡마다 정확한 표절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약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가며 표절을 장려하는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표절이 드러날 경우에는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표절임이 들통나도 샘플링이었다며 둘러대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번 다비치의 8282와 같은 짜집기 곡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도, 표절을 근절해야 할 상황임에도 반대로 이를 장려하고 쉬쉬하려는 분위기가 가요계의 전체적인 분위기 밑바닥에 깔려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도대체 이와 같은 분위기가 어떻게 형성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어디서부터 문제가 생겨 모든 상황들이 잘못되어가기 시작했는지 그 시기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중요한 결과는 결코 표절은 용서받기 힘든 타인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침해이자 범죄라는 사실이다. 음악인들은 불법 음원 다운로드를 근절해야만 가요계가 살아날 수 있고, 자신들의 음악은 지적 재산권이니 보호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늘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주장하고 있는 그들은 반대로 남의 지적재산권을 훔쳐 자신들의 짭퉁 컨텐츠를 만드는 범죄에는 무관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비치의 신곡인 8282는 두 달이라는 시간이 넘도록 음원시장에서 초강세의 모습으로 정상의 위치를 점하던 소녀시대의 Gee를 밀어내고 현재 각종 음원사이트에서 1위 혹은 그에 못지 않은 상위권 순위를 점하고 있다. 대중들은 표절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곡에 여전한 지지의 뜻을 보내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정말 8282의 표절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소속사측의 그럴듯한 해명이 필요한 시기다. 그리고 그 해명이야말로 8282라는 노래를 사랑해주고 있는 팬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될 것이며, 자신들이 뒤짚어 쓰고 있는 뻔뻔한 이중적 잣대에 대한 해명이 되는 첫 번째 발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