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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연예스토리

김현중은 왜 오구리 슌이 될 수 없었을까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캐스팅 소식이 들려왔을때 최종확정되었던 F4 멤버 중 가장 화제를 모았던 인물은 바로 김현중이었다. 방영전 김현중이 F4 멤버 중에 가장 눈에 띨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대부분 신인급으로 채워진 F4 구성원 중에서 인기 아이돌가수인 그가 가장 높은 인지도와 두터운 인기층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가 맡은 윤지후라는 등장인물 또한 F4 중에서 표면적으로는 가장 매력적이며 한국적으로 재해석될 드라마에서 가장 높은 인기와 지지를 이끌만한 백마탄 왕자 캐릭터였다. 실제 윤지후는 F4 멤버 중 다른 배역들보다 가장 우선적으로 캐스팅이 완료된 배역이었으며, 이 역할을 차지하기 위한 여러 배우들간의 신경전 또한 대단했다. 꽃보다 남자에 출연 논의가 있었던 장근석이 F4 리더 구준표 역을 제의받았으나 윤지후 역을 원했고, 이미 드라마에 캐스팅 된 김현중 때문에 역할을 차지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자 결국 출연을 포기한 사실은 이미 너무나 잘 알려진 꽃보다 남자의 캐스팅 비하인드 스토리이기도 하다. 그만큼 꽃보다 남자에서 윤지후 캐릭터를 맡은 배우는 이 드라마로 가장 큰 인기와 수혜를 입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드라마 방영 전에 득세를 이뤘던 것이 사실이다.


이와 같은 드라마 방영 전 윤지후 캐릭터에 대한 높았던 주목도는 일본판 꽃보다 남자에서 윤지후의 일본 원작 캐릭터인 하나자와 루이역을 맡은 오구리 슌의 거침없는 승승장구와도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 오구리 슌은 현재 일본 현지에서 우리나라로 가정하면 조인성, 송승헌급의 대우를 받으며 가장 높은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최고의 남자 배우이다. 그는 수십개의 CF를 촬영하는 최고 몸값을 지닌 스타이며 그를 주연으로 캐스팅하기 위한 일본의 드라마 제작진과 영화 제작진의 러브콜 또한 끝임없이 잇따르고 있다. 이는 꽃보다 남자에서 구준표의 일본 원작 캐릭터 도묘지 츠카사 역을 맡은 마츠모토 준이 오구리 슌과 비교되어 상대적으로 받은 덜한 주목도와도 연관되어 묘한 느낌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일본판 F4 캐스팅 당시 이미 일본의 최정상급 인기 아이돌 그룹 아라시의 멤버였던 마츠모토 준의 인기는 오구리 슌을 비롯한 다른 꽃보다 남자 출연진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절대적인 강세를 점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본판 꽃보다 남자로 정작 크게 주목받은 이는 루이 역을 맡은 오구리 슌이었다. 공교롭게도 마츠모토 준이 '츠카사'역을 오구리 슌이 '루이'역을 맡은지 몇 년이 지난 지금 그 상황은 역전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공교롭게도 한국에서는 일본과는 또 전혀 반대되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현재 한국판 꽃보다 남자 출연진 중 가장 꽃남 특수를 누리고 있는 배우는 윤지후 역의 김현중이 아닌, 구준표 역의 이민호다. 구준표 역을 제의받았으나 윤지후 역을 원했고 결국 원하는 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출연을 포기한 장근석이나, 방영전 윤지후 캐릭터에 높은 기대를 갖고 있던 대중들에게 있어서 이는 의외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는 여러 복합적인 이유와 더불어 발생된 일본과는 다른 한국적인 드라마 시장의 특수성과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다.


일본판 꽃보다 남자의 루이 하나자와는 츠쿠시(금잔디)를 위한 전형적인 백마탄 왕자님이지만, 한국판 윤지후에 비해 보여지는 캐릭터의 모습에 다소 능동적인 부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판 꽃남의 윤지후는 상대적으로 그러지 못한 부분이 적지 않았다. 냉정하게도 꽃보다 남자의 포커스를 차지할 주인공은 금잔디와 구준표였고, 이들의 러브스토리는 이 드라마의 전체적인 밑그림이자 또한 전체적인 스토리였다. 그런 상황에서 윤지후는 의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면서도 또 의외로 금잔디의 백마 탄 왕자님이라는 작은 테두리 안에만 갇혀 있어야만 했다. 일본판 꽃보다 남자가 드라마의 터닝 포인트 지점에서 기억 상실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뭔가 색다른 부분들을 선보였다면, 한국판 꽃보다 남자는 한국 드라마 특유의 삼각 사각 관계 테두리와 부모가 반대한다는 전형적인 시나리오를 드라마 끝나기 직전까지 끌고와야 했다. 이는 꽃보다 남자가 한국에서 제작된 드라마이기에 어쩔 수 없는 결과였고, 이는 윤지후가 금잔디의 백마 탄 왕자님이면서도 매력적인 부분에서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감소되는 약점으로 이어졌다.

드라마 내내 지적되었던 김현중의 연기력 또한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 아쉬운 부분이다. 일본판 하나자와 루이역의 오구리 슌은 얼마 전 일본 최고의 거장으로 불리는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영화 크로우즈 제로에 주인공으로 출연하였다. 놀라운 사실은 꽃보다 남자에서는 달콤한 백마 탄 왕자님 역을 맡았던 그가 이 영화에서는 고교 무대를 놓고 패싸움질을 벌이는 거친 남자로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오구리 슌은 이토록 두 작품에서 전혀 다른 상반된 연기를 펼쳤지만 반대로 평론가들이나 일반 관객들로부터 대단히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다는 극찬을 받았다. 아마도 김현중이 오구리 슌처럼 배우로서 더 다듬어진 원석이었다면, 윤지후 캐릭터가 조금 더 능동적인 형태로 그려질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이는 대단히 아쉬운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윤지후 역을 맡은 김현중에게 하나자와 루이 역을 맡은 오구리 슌에 비해 뒤떨어지는 단점들만이 있는 것은 또 아니다. 김현중은 꽃보다 남자 속에서 만화 원작의 캐릭터들을 충실하게 각색한 이미지에 가장 들어맞는 모습을 보여주며 드라마의 만화적이며 판타지적인 면모를 자연스럽게 살려내는데 공헌하고 있다. 또한 뛰어난 원석은 아니지만 앞으로의 가능성만은 무궁무진한 발전된 모습을 선보이기도 있기도 하다. 하지만 다소 아쉬운 감이 드는것은 어쩔 수 없는 법이다. 꽃보다 남자라는 드라마가 이렇게 전국민적인 신드롬과 더불어 대성공을 거두었지만, 윤지후라는 캐릭터는 F4 열풍이 불고 있음에도 그만큼의 주목은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판 꽃보다 남자에서 구준표라는 캐릭터가 주목받으며 떠오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에는 여러 다양한 요소들이 있었겠지만, 그만큼 구준표 역할을 맡은 이민호라는 배우가 오구리 슌처럼 준비된 연기력과 능동적인 모습을 지닌 베테랑 못지 않은 센스를 지닌 배우였다는 사실이 큰 장점이 된 것이 사실이다. 한국판 꽃남 윤지후 캐릭터도 역할을 원했던 장근석이나 당장 오구리 슌의 연기력을 능가할 수 있을만한 배우가 맡았다면 어떤 결과가 있었을까. 아무튼 김현중은 결국 드라마가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음에도 오구리 슌은 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꽃보다 남자라는 드라마의 빅히트에도 불구하고 배우 김현중에게는 두고두고 곱씹을만한 아쉬운 한계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