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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연예스토리

조민기, 주연보다 빛난 명품 조연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이라는 말은 작품마다 좋은 연기를 펼친 조연들에게 가장 흔하게 표현되는 방법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러한 표현이 결코 흔하게 통용될 수 없는 배우들이 정말 가끔가다 존재한다. 드라마 에덴의 동쪽에서 탐욕과 절대 악을 상징하는 신태환 역을 맡고 있는 조민기는 이러한 표현이 제대로 들어맞는 인물이다. 그는 빛나는 연기력으로 극에 활력과 힘을 불어넣고 있는 일등공신이다. 그야말로 격찬이 아깝지 않은 연기력과 풍부한 표현력으로 주연 배우인 송승헌이 보여주는 모습을 카리스마를 가볍게 뛰어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에덴의 동쪽은 참 이상한 형태의 막장극이다. 카지노 깡패 형의 폭행과 협박 그리고 각종 불법행동이 그의 목숨보다 더 귀중한 사랑이 개입되었다는 이유로 절대 선이 되고, 부패를 증오하며 사회 정의를 실현하려는 검사 동생의 행동은 그가 악인의 아들이며 선과 대치된 곳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절대 악을 상징하는 것으로 전락해버린다. 그러니 이 드라마에서 진짜 선악의 경계란 대단히 부질없고 쓸데없는 것이다. 이 극에서 이야기가 정당화되며 설득력을 가질수 있는 유일한 요소는 보이는 것이 아닌 이면에 있는 핏줄과 복수심에 불타는 캐릭터들간의 개인적인 갈등뿐이다. 하지만 이 막장극이 그나마 지금껏 드라마로서의 충실한 서사적 구조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신태환이라는 매력적인 악인 캐릭터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신태환은 그만큼 이 드라마 속에서 유일하게 일관성있는 모습을 보여준 캐릭터다. 주인공 이동철을 비롯한 다른 캐릭터들이 도대체 선역인지 악역인지 모를 모호한 상태에서 자신들의 모습을 이리저리 널뛰며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였던 것과는 달리, 신태환은 극의 중심이자 목표라 할 수 있는 악역으로서 유일하게 곧은 일관성과 드라마의 무게를 잡는 중심인물로서의 단단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몇몇 부분에서는 그의 첫사랑으로 설정된 제니스와 얽히는 스토리로 잠시 캐릭터가 혼란상태에 빠지기도 했으나, 마지막 부분에 이르자 그는 신태환만의 매력이자 강점인 더욱 악독한 면모를 드러내며 그동안 아들로 키웠던 신명훈의 목숨을 위협하고 며느리인 지현을 자신의 방패막이로 삼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수십년간 키워왔던 아들이 아닌 미래가 보장된 검사 아들이 자신의 핏줄이라는 사실에 기뻐하는 그는 그야말로 천하에 없는 악인으로서의 면모를 드라마 속에서 다시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사실 비인간적인 모습으로 곧게 나가는 캐릭터가 드라마 속에서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란 여간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 다른 캐릭터들이 우왕좌왕하며 헤매는 모습 덕분에 신태환의 곧은 모습은 극의 매력이자 장점이 될 수 있었다. 거기에 눈썹 움직임 하나하나까지 탐욕과 증오의 감정을 내담고 있는듯한 배우 조민기는 냉혈한 신태환에게 풍부한 감정과 살아있는 분노를 불어넣은 일등공신이다. 배우 한 명의 수준넘치는 연기가 드라마 하나를 어떻게 이끌어가는지를 그는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신태환의 아내인 오여사는 지난 51회에서 며느리인 지현조차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이용하려는 신태환을 향해 당신은 악마이고, 살아있는 사탄이라며 그를 저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녀의 표현처럼 정말 신태환이라는 인물은 이 드라마 속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가장 악독한 악마이자 악당이다. 하지만 드라마 에덴의 동쪽은 그 악마가 있었고 그 악마를 연기한 조민기가 있었기에 지금껏 흘러올 수 있었고, 폭팔적인 인기까지 함께 누릴 수 있었다.
 
곧 막을 내리게 될 이 에덴의 동쪽이라는 드라마가 끝난 뒤에도 길이 기억될 배우는 아마 주인공 송승헌이 아닌 조연 조민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신태환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며 조민기라는 배우가 남긴 뛰어난 연기력 또한 드라마가 끝나게 된 뒤에도 끝까지 기억되며 회자되어 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