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뷰라의 연예스토리

구혜선, 두려움을 모르는 도전적인 배우


       




드라마 꽃보다 남자가 의외의 흥행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원동력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일단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판타지적 스토리가 대중들의 취향에 맞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극의 전개로 시청자들의 드라마적인 몰입도가 높았다. 또한 최근의 인기 드라마들이 모두 그러하듯, 지극히 여성에게 걸맞는 취향으로 드라마를 제작하며 초반 뜨거운 반응을 끌어모으는데 성공했다. 이는 경쟁 드라마들의 선굵은 면모나 정공법에 맞선 꽃보다 남자만의 장점이자 강점이었다.

물론 이 드라마의 가장 큰 흥행요소는 꽃보다 특별한 F4 네 남자의 존재감이다.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네 명의 신인급 배우로 채워졌던 F4는, 현재 예상하지 못했던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일반 남성들의 트렌디 문화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그만큼 현재 이들이 가지고 있는 파괴력과 영향력은 대단하다. 하지만 이들이 이렇게 빛날 수 있었던 것도 베테랑 배우이자 드라마 속 유일한 홍일점인 구혜선의 힘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그녀는 꽃보다 남자 캐스팅이 확정된 직후 고등학생역을 맡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고 이미지도 원작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미스캐스팅 논란에 휩싸인바 있다. 하지만 그런 일각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지금 그녀가 보여주고 있는 연기력과 캐릭터 소화능력은 등장인물 중에서 단연 최고로 손꼽힐만큼 환상적이다. 그녀는 자신보다 나이가 3-4살 어린 배우들의 후배 역할을 맡으면서도 원작과 일본, 대만판에서 같은 역할을 맡았던 여배우들보다 월등한 캐릭터 소화능력과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덕분에 드라마 속의 비현실적인 판타지 세계에는 생동감이 넘치고 있고, 연기력이 부족한 남자배우들 또한 구혜선이 처놓은 쉴드 안에서 편안하게 자신의 캐릭터를 소화해내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지금 보여주고 있는 구혜선의 연기력이 아닌 변화하는 과정 그리고 결과다. 1년전 구혜선이 보여주었던 연기력과 현재 보여주고 있는 연기력에는 그만큼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2007년에 젊은 연기자 중 가장 비난받았던 연기자를 꼽으라면 구혜선은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배우 중 한 명이다. 당시 그녀는 '용의 눈물' 등의 대하사극을 연출하며 사극 전문 PD로 이름높은 김재형 감독의 작품 '왕과 나'에 여주인공 폐비윤씨 역으로 캐스팅되었었다. 이미 그녀는 사극 서동요로 정극 데뷔를 경험한바 있었고, 그 드라마에서도 뛰어난 매력을 발산하며 좋은 연기력을 선보인바 있었기에 기대치는 상당히 높았다. 드라마의 시청률 또한 첫 회부터 20%를 넘나들며 대하사극의 성공적인 스타트를 알리는듯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배우들의 연기력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구혜선은 가장 연기력이 뒤떨어지는 배우라는 비난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었다. 왕비에서 폐비로 변하는 신분의 급락과 사랑스러우면서 내면의 포악한 이중적 감정변화를 오가야하는 감정신을 감당해내기에 그녀의 연기력은 아직 설익었던 것이다. 덕분에 시청률도 급격히 추락하고 말았다. 당시 논란이 불거지자 그녀 스스로도 부족한 연기력을 반성하겠다고 밝혔을만큼 실제 그녀의 연기력은 좋지 않았다. 특히 캐릭터의 감정을 담아 눈물을 쏟아야했던 어떤 장면에서는 오묘하고 코믹스러운 표정변화가 캡춰되며 한순간 대중의 비웃음거리로 전락하는 굴욕까지 겪어야했다.


아마 일반적인 배우였다면 이후 어떤 선택을 했을까. 아마 실패한 장르에서의 연기변신을 포기하고, 자신의 스펙트럼 안에서 안주하는 선택을 내렸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녀는 왕과 나가 끝난지 겨우 한 달만에 역시 사극드라마인 최강칠우로 작품에 복귀하는 것을 선택한다. 대단한 베짱과 자존심 그리고 자기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물론 최강칠우는 정통 사극인 왕과 나에 비해 허구적인 밑바탕에 경쾌하고 빠른 리듬이 중요시되는 퓨전사극이었다. 그렇기에 왕과 나보다는 훨씬 연기하기가 편안한 환경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타이틀롤인 에릭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드라마였고, 이에 대립하는 흑산도 역의 유아인의 비중이 다음이었기에 사실상 그녀는 드라마의 조연급 캐릭터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이는 스타인 그녀로서는 쉽게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의 비중이 작은 상황에 불만을 가지기보다는 반대로 이를 영리하게 이용하며 한 단계씩 밟아가고 배워나가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대중들에게 받은 비판을 두려워하며 움츠러들지 않고 비중에 상관없이 부족한 것을 알아가고 배워가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덕분에 단 몇 개월전만해도 폐비 윤씨역으로 비판받으며 다신 사극에 출연하지 말라는 거센 비판을 받던 그녀는 최강칠우로 굉장히 성장하고 성숙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꽃보다 남자 속 금잔디가 두려움을 모르고 무슨 일에든지 돌진하는 활발한 소녀인것처럼, 배우인 그녀도 이와 같은 모습을 선보여준 것이다.


얼짱스타라는 타이틀을 달고 연예계에 데뷔하기는 쉽다. 하지만 그들이 진정한 배우로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자리잡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아무리 훌륭한 마스크로 대중들의 일차적인 호감을 사더라도 결국 연기력이 부족하면 대중은 이내 싫증을 느끼며 배우에게서 등을 돌리기 때문이다. 실제 박한별은 큰 키와 시원한 이목구비등으로 여타의 얼짱스타들을 능가하는 폭팔적인 인기를 누리며 연예계에 데뷔하였다. 하지만 지금 그 누구도 그녀가 구혜선보다 더 훌륭한 배우라고 말하지 않으며, 그러지도 못한다. 이는 뛰어난 외모와 반대지점에 있는 그녀의 정체되는 연기력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구혜선은 다른 얼짱 스타들이나 연예인 지망생들이 본받아야 할 배우라 할 수 있다. 이번 꽃보다 남자는 먼 길을 돌고 돌았던 구혜선이 다시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트렌디극에 정착한 작품이다. 트렌디 일일드라마 열아홉 순정으로 시청률 40%를 창조해냈던 그녀는 지금 또다시 트렌디극인 꽃보다 남자로 시청률 30%를 창조해내며 자신이 연기력만큼이나 막강한 흥행파괴력까지 지닌 스타임을 대중에게 입증시켰다. 연기력과 흥행력 두 가지를 모두 갖춘 배우로서 명실상부하게 거듭나게 된 것이다.

그녀는 할리우드 영화 '어거스트 러쉬'에 몇 초 등장하는 단역으로 출연하기 위해 긴 오디션과 한 달간의 뉴욕체류를 받아들인바 있다. 또한 최근에는 단편영화 '유쾌한 도우미'로 젊은 여배우로서는 최초로 감독으로 데뷔하는 다재다능함을 보여주기도했다. 한국에서 톱스타이기에 쉬운 길을 택할수 있음에도, 그녀는 늘 이와 같이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신비주의의 테두리 안에 자신을 가두고 CF스타 혹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연기만 골라 먹으려는 배우들에게는 정말 귀감이 될만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구혜선은 이제 얼짱스타라는 타이틀도 여자 연예인이라는 타이틀도 아닌, 두려움에 맞서서도 웅크리지 않고 도전하는 인물을 상징하는 배우로 성장해가고 있다. 그리고 계속되는 구혜선의 계속된 발걸음은 '꽃보다 남자'에서 멈추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금잔디'처럼 씩씩한 마음가짐으로 계속되는 '구혜선'의 도전을 응원하며 또 지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