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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연예스토리

안재욱 강마에 신드롬을 닮은 이민호


     




이민호 열풍이 거세다. 연기를 시작한지 이제 3년차. 지독히도 운이 없어서 몇 번의 배역에서 밀려나야했던 과거. 한 편으로는 또 운이 좋은 배역에 캐스팅되었으나 프로가 조기종영을 맞이해야했던 현실. 그리고 사고로 인한 6개월간의 공백까지.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꽤 굴곡 짙은 연기생활을 해왔던 그는 지금 드라마 꽃보다 남자로 3주만에 대한민국 연예계의 최정점에 위치한 셀러브리티가 되었다. 드라마에 관심을 주고 있는 사람이건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이건 대중들은 모두 혜성처럼 등장한 이민호에 대한 이야기 꽃을 피우느라 바쁘다. 벌써 몇몇 이들은 이민호를 아예 차세대 조인성, 장동건이라 부르고 있으며, 날이갈수록 이민호의 기대치는 점점 높아져가고 있다. 그야말로 눈을 잠깐 감았다 떠보니 대스타가 된 것이다.

하지만 이민호는 그저 반짝스타라고 매도하기에는 어려운 인물이다. 우선 그가 지금 주목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꽃남'에 출연하고 있는 남자 배우 중 유일하다 싶은 수준 이상의 연기력이 있기 때문이다. 큰 키와 시원하고 호감넘치는 마스크보다 이는 더 중요한 부분이다. 그는 구혜선을 포함한 꽃남의 등장인물 중에서 가장 완벽하게 자신의 캐릭터를 소화해내고 있다. 아마도 김현중이 초반 구준표역의 라이벌인 윤지후 역을 훌륭한 연기력으로 멋지게 소화해냈다면, 나중은 몰라도 초반 대중들의 시선은 그 쪽을 향해 쏠렸을 것이다. 하지만 대중들은 훌륭한 연기력으로 자기 캐릭터를 능동성있게 이끌어나가는 이민호라는 배우에게 시선을 더 집중시키고 있다. 실제 꽃남을 즐겨보지 않고 비판적인 시각에서 견지하고 있는 사람들도 이민호라는 배우가 보여주는 연기력과 스타성은 매혹적인 시각으로 주목하고 있다. 그만큼 이민호는 신인임에도 자신의 캐릭터를 매력있게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으며, 또한 준비된 스타로서의 자질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모습을 볼때마다 여러모로 십수년전 '별은 내 가슴에'에서 보여준 안재욱의 테리우스가 떠오른다. 십수년전 대한민국 사람들은 지금의 이민호가 그러하듯 모두 안재욱이라는 인물에 빠져 있었다. 그는 최진실과 함께 출연한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의 메가톤급 히트로 단숨에 톱스타의 반열에 올라섰다. 하지만 그는 애시당초 이 드라마의 조연이었다. 주연은 최진실과 차인표였고 드라마가 시놉시스대로 흘러갔다면 그는 다른 조연으로 캐스팅된 전도연과 연인이 되고, 차인표 최진실 커플을 방해하는 악역이 되었어야 했다. 하지만 안재욱의 준비된 성실함과 카리스마 그리고 훌륭한 연기력은 악역으로 예정되어 있던 그를 단숨에 드라마의 중심으로 이끌어왔다. 그리고 중반 이후부터 안재욱을 위한 안재욱의 드라마가 되어간 이 드라마의 최종회 시청률은 무려 50%에 육박했다. 배우의 훌륭한 모습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드라마의 시나리오 방향점마저 틀어버리고 엄청난 흥행까지 뒤따라오도록 만든 것이다.

여러모로 지금 이민호는 인기와 화제만큼이나 그 당시 안재욱을 닮아있다. 고루 분배되어 있는 캐릭터의 균형점마저 단숨에 붕괴시킬 정도의 카리스마. 캐릭터에 대한 능동적인 이해능력. 훌륭하고 안정된 연기력으로 롱런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점. 또한 배우로서 보여주고 있는 넘치는 매력이 그것이다. 그는 당시 안재욱이 그러했듯 다른 반짝스타들과는 달리 훌륭한 연기력이라는 기본베이스를 보유하고 있다. 그렇기에 십수년 뒤에도 대한민국 연예계를 주름잡는 최고 스타로 등극할 확률이 높다. 기본이 튼튼하기에 미래까지 보장할 수 있을만한 진정한 스타로서의 가치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가 운이 좋았다는 것은 인정해야한다. 그가 보여준 연기력도 좋았지만 그가 연기하고 있는 캐릭터 또한 매우 좋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처음 이 드라마에 캐스팅논의가 진행되었던 장근석이나 다른 아이돌스타들은 F4중에서 구준표보다는 윤지후의 캐릭터를 더 원했다고한다. 현재 이민호가 연기하고 있는 구준표는 능력있고 매력있으나 한편으로는 빈틈도 많고 무식한 나쁜남자다. 이와 반대로 김현중이 연기하고 있는 윤지후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여자에 대한 배려로 가득차 있는 왕자님의 모습을 지닌 가히 완벽한 캐릭터다. 단편적으로 근시안적인 시각을 가진 배우라면 모두가 찌질한 구준표보다는 멋진 윤지후의 캐릭터를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진짜로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는 구준표이고, 이 역할은 이민호의 것이 되었다. 이것은 그에게 행운이었다.

이는 2008년을 휩쓸었던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가 보여준 모습과 같다. 강마에는 평소 철두철미하고 일에 있어서만큼은 확실하며 강한 리더십으로 사람들을 이끄는 재주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가 그러하듯이 지독한 자기 컴플렉스와 사람을 믿지 못하는 독선과 아집에 빠져 있었다. 그렇기에 어떻게보면 매력적이지만, 어떻게보면 상당한 불쾌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캐릭터였다. 하지만 김명민의 훌륭한 연기는 곧 고집센 강마에를 인간적인 모습을 지닌 인물로 변모시켰고 이에 대중들은 환호와 높은 지지의 뜻을 보냈다. 구준표 또한 이와 마찬가지다. 고집과 아집에 빠져있는 것 같지만, 순정파에 인간적인 매력까지 지니고 있는 그는 꽃보다 남자에서 가장 인기를 끌 수밖에 없는 캐릭터다. 물론 이 또한 김명민이 그러했듯 이민호가 보여주는 훌륭한 능력에서 비롯된 것임은 두 말하면 잔소리다.


이민호를 처음 배우로서 주의깊게 관찰하며 보았던 작품은 영화 강철중이었다. 작품에서 이민호는 첫 장면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나중에는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는 사건의 중심에 있는 고교생 역할을 맡았었다. 그의 분량은 매우 짧았다. 하지만 살인을 저지르고 난 뒤에 헛된 꿈을 쫓는다는 이유로 가치관을 어기고 영혼마저 파괴해버린 자신의 모습에 울먹이는 그의 모습에서 언젠가는 저 배우가 더 대단한 스타로 거듭날 수 있을만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오늘날 이민호는 실제 꽃보다 남자라는 작품을 만나 결국 스타중에 스타로 거듭나고 있다.

그러니 이제 스타가 된 이민호에게 남은 것은 지금보다 더 훌륭한 배우로 거듭나는 일이다. 그가 지금 안재욱과 강마에처럼 서로 다른 모습을 지닌 매력적인 인물을 대변함으로서 스타로 거듭났다면, 이제는 구준표라는 인물로 이민호라는 배우를 창조해내고 또 이후의 작품으로 더 훌륭한 자신의 모습을 그려내는 일이 남아있다.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이라면 이 또한 충분히 가능하리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그가 더 훌륭한 연기로 대중을 감동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