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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버라이어티

태연, 우결이라는 독이 든 성배를 마시다


      




우리 결혼했어요에 새로운 커플이 합류한다. 이미 한 차례의 실패를 겪고 개미커플 곁에서 더부살이하던 정형돈과 소녀시대 멤버 태연의 프로그램상 '재혼'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정형돈으로서는 벌써 세 번째로 우결에 고정출연을 결정한 셈이다. 사실 개미커플의 하차가 결정된 이후로도 정형돈이 지속적으로 우결에 출연하는 것은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지독한 매너리즘에 빠져 더 이상 뽑아낼것이 없어보였던 개미커플의 수명을 몇 개월이나 연장시켰고, 1기 커플들의 하차로 위태로웠던 우결의 사실상 에이스였다. 일반시청자를 데려와 정형돈과 단둘이 붙여놓은것도 제작진이 개미커플의 하차 이후에 정형돈에게 맞는 짝을 골라주기 위한 사실상의 예행연습이자 시청자들에게 선보인 일종의 프롤로그였다. 이미 한번의 '이혼'을 겪은 그가 다시 '재혼'한다는 사실에 시청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아보기 위한 밑밥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태연은 그런 과정을 모두 거치고 고심끝에 정형돈의 짝으로 최종 간택된 인물이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정형돈과 태연 커플은 성공적으로 우결에 정착할 수 있을까. 과연 태연이 우결 출연을 결정한 것이 그녀에게 득이 될 것인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커플의 정착은 물론 태연의 결정도 잘못된 선택에 가까운 독배를 마시는 쪽에 가깝다는 결론이 나오고 있다.


우결은 고정적 아이템으로 지속시키기가 굉장히 어려운 프로그램이다. 연예인들간의 가장결혼이라는 컨셉에서 커플만 바꾸면 프로그램이 늘 새로워지는것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물론 그동안의 우결은 엄청난 매니아 시청자들을 이끌어왔고, 충성심 높은 매니아들 덕분에 큰 화제와 함께 높은 시청률을 보장받아왔다. 하지만 우결에 높은 충성심을 보여주었던 매니아 시청자들의 충성 이유는 우결이라는 프로그램에 충성심이 있었다기보다는 각 커플이 보여준 개별적인 모습에 대한 환상 때문이었다. 처음 우결을 시청하던 시청자들은 우결에 관심을 보이고 우결을 좋아하게 되었다가 어느새 신상커플, 알신커플, 쌍추네와 같은 개별 커플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이입시켰고, 한 커플의 지지세력이 되었다. 그리고 그 정도와 치우침 현상은 점점 심해졌다. 결국 그들은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지지하는 커플 외의 다른 출연진은 병풍과 같이 취급했다. 2기 커플들이 투입되었으나 시청률이 계속 떨어지고, 고정 시청자층에게 예전과 같은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던 이유는 이 때문이었다. 일반시청자층은 우결의 반복되는 패턴을 지겹게 여기고, 충성심 높은 고정시청자층은 지지하는 커플이 있었기에 다른 커플을 우호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기 힘들어했다. 쉽게 말하면 사람이 새로워졌어도 결국 내용은 식상할수밖에 없는 문제도 있었고, 매니아들의 고정화된 입맛패턴을 바꾸고 깨부수기는 더 힘들었다는 뜻이다. 이미 어머니의 된장국에 익숙해진 사람이 인공조미료 가득한 3분 렌지용 된장국을 먹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최근 시도되었던 강인과 이윤지 커플의 우결 투입은 제작진이 제대로 독배를 삼킨 경우라 할 수 있다. 그들에게서는 전혀 새로운 것이 없었다. 그나마 다른 2기 커플인 마르코 손담비 커플이나 개똥이네가 흥미로움을 유발할 수 있는 일말의 신선함이라도 있었다면, 강인 이윤지 커플은 다른 커플들의 장점과 단점의 복사판에 불과했다. 이미 예능프로그램에서 수없이 많이 자신의 이미지를 소비한바 있는 강인은 각 남자 출연자들의 안 좋은 점을 복사해왔으나 억지로 이를 되돌리며 연기에 집중하려는 시트콤 캐릭터에 가까웠고, 이윤지 또한 성격파 배우로서 자리잡은 이미지때문에 논스톱 시절의 풋풋함도 힘들며 연상녀라는 타이틀을 달고 악지르며 강인을 막 부리기에도 부담스러운 캐릭터였다. 거기에 아이돌가수인 강인의 팬클럽 회원들까지 이 가상결혼을 맹폭시키는 주역이 되길 자처하고 있으니 초반 반응이 밋밋한 것은 당연하다. 우결 제작진으로서는 너무 우결이라는 본바탕만 믿고 아무렇게나 패를 던졌다가 타짜식 표현으로 흔들고 쓰리고에 광피박까지 당한셈이다.


그렇기에 여기서 그 뒤를 이어나갈 정형돈과 태연 커플의 정착여부는 향후 우결이 장기적인 장수프로로 갈 수 있느냐 없느냐를 사실상 결정하는 중요한 촉매제가 된다. 하지만 드러난 것만 놓고 보면, 앞서 말했듯 이 커플도 독배쪽에 가깝다는 것이 문제다. 일단 고정 시청자층의 이탈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예전에 정형돈 사오리 커플이 우결에서 하차를 결정하게 된 이유는 우결에 충성심 높은 시청자층의 거센 비판과 비난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정형돈이 대변했던 마초적인 캐릭터는 출연진으로서의 그의 절대적 희생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너무나 뻔뻔하고 외골수적인 캐릭터였다. 그런 정형돈을 뻔뻔한 서인영과 붙여놓은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을지 몰라도 다시 또 다른 가상결혼생활에서 붙여놓는다? 고정시청자층 특히 우결을 하나의 판타지로 여기는 시청자층은 이를 용납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들이 개미커플 내에서 정형돈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그에게 없던 호감이 생겼기 때문이 아니었다. 이미 단물빠진 커플 사이에서 새로운 에피소드를 만들어낼 수 있는 활력소와 판타지 속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조연 캐릭터로서의 정형돈의 능동성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즉 남녀 주인공이 출연하는 드라마 속에서 악역 캐릭터로서 정형돈을 인식했기에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지 결코 주인공 정형돈을 받아들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그들이 과연 주인공이 될 정형돈을 우호적인 시선으로 바라볼까. 식상함 또한 문제가 될 것이다. 정형돈이 화분을 들고 태연 앞에서 세레나데를 부를 수는 없다. 앤디처럼 모든 장단을 다 받아주는 모습도 그리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그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예전처럼 사오리가 식사를 준비할때 소파 밑에서 코골며 잠들고, 서인영의 구두짝을 내던지며 청소는 니가 하라고 소리를 지르는 것의 연장선이 될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그 뻔한 식상함을 보고 누가 고개를 끄덕이며 예전처럼 박수칠 수 있을까. 아마도 우결 시청자들은 나홀로 집에 1,2를 풀로 시청하고 3편까지 크리스이브에 시청하는 케빈이 된 기분을 느끼게 될 것이 분명하다.

속된 말로 우결은 단물이 많이 빠졌다. 아직도 많은 연예인들이 줄을 서고 출연을 자청하는 프로그램이라지만 추락하고 있는 시청률은 우결에 대한 시청자들의 멀어지는 심정을 대변한다. 그런 우결이 여기서 단물을 뽑고 또 뽑아 이젠 정형돈으로 각설탕을 만들려든다. 언제까지 프로그램 캐릭터의 성격을 이어나가는 연장선으로 우결을 지탱시킬 것인가. 결코 정형돈은 우결의 무조건적인 해답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제작진은 너무 안일하게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다.


물론 태연 입장에서는 우결 출연이 자신의 개별적 인지도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들을 선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분명히 긍정적이다. 하지만 같은 소녀시대 멤버인 윤아가 보여준 교훈을 잊지 말아야한다. 윤아가 드라마 너는 내 운명에 출연해서 얻은 것은 무엇인가. 그녀는 30%가 넘는 높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의례적으로 연말에 신인상 하나만 거머쥐었다. 물론 그 신인상에 의미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윤아가 너는 내 운명이라는 드라마로 배우로서 자리매김할만한 원동력을 가지게 되었냐는 질문에는 그 누구도 대답하지 못한다. 이는 너는 내 운명의 이전작 미우나 고우나가 40%의 시청률을 기록했음에도 주연 배우였던 조동혁이 후속 드라마를 결정짓지 못하고 꼬꼬관광에서 김시향과 커플댄스를 춘것과 마찬가지다. 너는 내 운명은 높은 인기를 끌었고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윤아는 드라마에서 제대로 된 감정을 지닌 캐릭터이자 배우로서 활용되지 못했고 드라마상 필요한 도구로만 활용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도구로 이용되며 19살 고등학생의 풋풋한 이미지를 너무 과잉소비했다. 그녀가 발랄한 소녀시대 멤버이기에 희생당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제 멋대로 흘러가는 드라마 속에서 시누이와 시어머니 등쌀에 시달리는 아줌마 역할을 하고 있는 고등학생이 무슨 업그레이드를 이뤘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태연의 우결 출연 또한 이와 하나도 틀린 것이 없다.

엉뚱하고 발랄하던 솔비는 우결에 출연하며 틈만나면 울었고, 결국 그동안 구축해놨던 엉뚱하고 발랄한 이미지가 모두 망가지고 말았다. 우결의 시청률도 높았고 프로그램의 반응도 좋았지만 결국 종영 뒤 그녀는 자신의 모습을 더 잃어야했다. 태연이 어떤 정형돈을 어떤 형태로 맞이하던 그녀로서는 그 상황이 자신의 이득으로 연결되지는 못할것이다. 그건 태연 정형돈 커플이 완벽한 정착을 맞이하더라도, 태연 정형돈 커플 덕분에 시청률이 올라가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태연으로서는 더욱 더 자신을 숨기고 영리할 필요가 있었다. 태연에겐 솔로가수로서의 장미빛 미래와 소녀시대 멤버로서 보여줄 발랄한 발전 가능성이 있지 않았는가. 태연이 우결이라는 독 든 성배를 마시게 된 상황이 아쉽고 또 안타까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