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뷰라의 버라이어티

개그콘서트의 정치풍자는 정당했다


     

     


개그콘서트가 맹폭당하고 있다. 시간대를 옮긴 이후 시청률이 20% 내외로 상승하며 상종가를 달리고 있던 시기에 맞이한 첫 시련이다. 개그콘서트가 이렇게 갑작스러운 대중들의 비난에 시달리고 있는 이유는 프로가 재미없기 때문이 아니다. 또한 웃찾사처럼 개그맨이 보인 사적인 행동에 대해서 논란이 일어났기 때문도 아니다. 그들이 지금 비난에 시달리는 이유는 개그 코너 안에서 그들이 선보였던 정치적인 패러디 때문이다. 지난 1월 4일 방영되었던 개콘에서는 프로그램의 인기 코너 중 하나인 도움상회에서 정치 패러디 개그가 있었다. 국회의원들을 직접적으로 겨냥해 뽑아줬더니 싸움만 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표현하며 실제로 싸움을 벌이는 국회의원으로 분한 두 개그맨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패러디를 평가하는 박성호 김대범은 코너 시작부터 끝까지 끝임없이 국회의원을 비판하는 멘트를 쏟아냈다.

사실 본방으로 도움상회의 패러디를 보았을때 느낀 감정은 지독한 식상함이었다. 정말 재미가 없었다. 정치풍자에도 기술이 있고 묘하게 뒤틀어내는 법칙이 있는법인데 직설적이고 시끄러웠으며 우회적인 맛이 없었다. 그리고 다음날 이 패러디가 문제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느껴진 두 번째 감정은 의아함이었다. 본방을 보았음에도 그들이 왜 비난받아야 하는지를 알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 전에도 개콘에서는 정치적 상황을 빗대는 패러디 개그가 수도 없이 나왔었기 때문이다. 결국 도움상회가 비난받아야 할 의문점을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풀 수 없었다. 그건 프로그램을 두 번 세 번 돌려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결국 인터넷에서 기사를 찾아보았다. 그리고 그제서야 그들이 비난받는 이유를 알고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처음에도 생각했었지만 그 생각을 꺼낸 내 자신이 바보스럽다고 느낄만큼 어처구니 없는 상상이었기 때문이다. 설마 이 패러디를 현재 직권상정때문에 의원들이 몸싸움 벌이는 상황과 연결시키진 않겠지. 대중이 어린애들도 아닌데 이 이유 때문에 비판하지는 않겠지. 하지만 현실은 달았다. 몇몇 대중은 상상속의 애들만도 못했다.


결론을 말하자면, 도움상회라는 코너에서 보여준 패러디는 전혀 문제되는 부분이 없었다. 앞서 말했듯 그들이 시도하는 패러디는 상당히 직설적이고 강력했다. 하지만 문제되는 것은 너무 직설적이어서 재미가 없었다는 것 딱 거기까지였다. 그것이 가장 큰 문제였을 뿐이다. 하지만 재미에 대한 부분도 개인의 주관적인 생각이 포함되는 법이니까 진리가 아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말하는 문제되는 정치적인 부분? 이건 주관이고 뭐고 없이 그냥 말이 안된다. 정말 말도 안되는 상황이라 웃음만 터질일이다.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제대로 들어맞는다.

지금 개그콘서트와 도움상회를 비판하고 있는 이들은 개그맨들이 국회에서 농성중이며 투쟁중인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을 비판하는 꽁트를 했고, 그들이 어설픈 정치의식으로 국회의원들이 왜 그렇게 하는지 따지지도 않고 그저 의원들을 비판하는데만 앞장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움상회에서 매일 하는 말처럼 정말 묻지도 따지지도 못할 어처구니 없는 말이다. 개인적으로 되려 자신들이 다 아는양 그렇게 떠들고 있는 이들에게 역으로 묻고 싶었다. 당신들은 정말 왜 국회의원들이 국회에서 농성하며 싸우고 있는지 알고 있냐고 묻고 싶었다.


국회의원들이 국회에서 농성중인 가장 큰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바로 방송법 때문이다. 방송이 공영성을 잃고 사기업 소유로 들어가 언론이 대기업을 위해 정치 경제적으로 악용할 수 있는 상황을 막기 위해 싸우고 있는 것이다. 즉 국회의원들은 방송의 자유와 다양성을 존중하기 위해 싸우고 있다. 하지만 그런 국회의원들을 옹호한다는 자들의 기준은 이와 동떨어져있으니 재미있을 뿐이다. 그들은 개그콘서트 팀의 패러디가 정치적인 목적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하며 비난을 퍼부었다. 심지어 KBS 사장이 바뀐 탓에 KBS에서 이런 개그가 나왔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상상력이 너무 풍부해도 탈인 셈이다. 그들은 언론을 수호하겠다는 자들을 옹호하면서 결국 자기 스스로 언론집단과 방송집단을 탄압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개그프로그램에는 패러디의 자유가 있다. 이는 정치적 패러디 또한 예외가 될 수 없다. 과거 故김형곤과 최양락은 80년대에 지금의 도움상회보다 훨씬 더 강력한 형태의 정치패러디를 구사했었다. 직설적이지는 않았지만 그 상황을 어둘러 말하는 비판의 수위는 단순히 국회의원들이 싸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도움상회 그 이상이었다. 네로25시에서 야비한 술수로 대중을 기만하며 틈만나면 부하 머리를 밀치고 때리던 최양락의 모습은 당시 접힌 뱃살을 드러내며 독재와 권력을 휘두르는 자들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이고 조롱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살벌했던 그 당시에도 김형곤과 최양락에 대해 비난하는 이는 없었다. 그런데 언론의 자유를 수호하고 21세기 민주주의를 맞이하기 위해 투쟁한다는 이들은 자신의 정치적인 잣대에 프로그램과 방송국을 통째로 끌고들어와 단순한 패러디에 색깔을 칠하고 악의적인 비난을 가하고 있다. 그야말로 내가 저지르면 로맨스고 남이 저지르면 불륜인 셈이다.


물론 개그맨들이 노골적인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한 쪽에 편향된 형태의 패러디를 시도했다면 비판받을 수 있고,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도움상회를 보고 재방송까지 보고 또 봤지만 그들의 정치적인 입장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비판하고 패러디하고 싶어했던 것은 노골적으로 주먹다짐을 벌이고 있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이 아닌 고상한척 행동하며 뒤로 비난배틀을 벌이는 국회의원들의 본성이었다. 다소 정도가 강했고 패러디에 센스가 없었다는 문제가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꽁트를 만들어냈다는 오해를 살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개그프로그램은 생방송이 아니다. 실제 그들이 녹화에 들어갔때는 야당과 국회간 충돌이 있기 이전이었다. 개그맨들이 무슨 천리안을 가지고 있다고 미리 이쯤 의원님들 싸움터질 것을 예상하고 그 프로그램을 녹화했겠는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이라고 묘하게 오해를 받을 만한 상황이 만들어진 것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들은 정작 싸움질한 국회의원들이 칭송받는 마당에 어처구니없이 정치적인 상황에 휩싸여 희생양겸 먹잇감으로 몰리게 되었다.

방송사의 파업을 지지하고, 방송법 개정에 반대하는 사람이 많다. 개인적으로도 파업과 법 개정 반대를 위해 애쓰는 이들을 마음속으로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것도 나의 개인적인 신념에서 일어난 주장이다. 소리높여 외치며 너 방송법 개정에 찬성하니까 수구꼴통. 너 방송법 개정에 반대하니까 빨갱이. 얼마나 한심한 주장이며 타인의 신념을 짓밟는 행위인가. 실제로 주위 사람 중에서도 방송사 파업을 극구 반대하고 방송법 개정에 찬성하고 있는 이가 있다. 그는 방송국에서 일하는 사람이고, 방송국에 자본이 들어와야지만 방송이 더 풍성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주 개인적으로는 그래서는 안되는거 아니냐고 반박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의 의견 또한 존중받아야할 그의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코 옳고 그른 것은 절대적 기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모습, 다른 의견을 지닌 사람들끼리 모여 살아가는 것이 인간들의 삶이며 세상이다.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타인을 비난하고 마치 잘못된 사상을 가진 사람인양 몰아붙이는 태도. 그것이야말로 정말 잘못된 것이며 풍자되기 마땅한 우리네 정치권의 참모습이다. 그것은 정치도 좌우도 떠나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이다. 그것조차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함부로 입에 정의라는 두 글자를 논할 자격도 없다.


즉 아 다르고 어 다른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 정확하게 직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자신의 정치적인 잣대를 위해 어떤 죄 없는 한 집단을 몰아세우고 그들을 범죄자인양 호도하는 태도 또한 거두어야만 한다. 개그콘서트 도움상회팀은 결코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자신의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았다. 그들은 민생을 뒤로 한채 싸움에만 열중하고 자신들의 정치적 잇속만 채우려는 정치인과 국회의원 전부를 비난하고 조롱하고 싶어했을 뿐이다. 누군가에게 정말 논리적으로 들어맞지도 않는, 아이조차도 비웃을만한 정치적 색깔을 씌우고 잣대를 가하는 미성숙한 행동은 그만둬야만 한다. 개그콘서트 팀은 그런 정치적인 이들의 먹잇감이 될 수 없다. 잊지 말자. 패러디는 패러디일 뿐이고, 의견은 의견일 뿐이다. 타인의 신념과 가치관을 존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