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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버라이어티

무한도전, 반전의 해답을 찾다


     





무한도전의 시청률이 드디어 10%대로 떨어지고 말았다. 지난주 파업으로 인한 영향으로 제대로 된 연말 콘서트 특집방송을 내보내지 못한 영향과 재방으로 인한 후폭풍 때문이다. 한때 30%를 기록했던 시청률도 드디어 3분의 1수준으로 삼토막이 나고 말았다. 그리고 아마도 지금 사태가 지속된다면 시청률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3년간 온갖 어려움을 딛고 만들어낸 시청률 동시간대 1위였기에 김태호 PD나 제작진 입장에서는 피눈물이 흐를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당장 어쩔 수가 없다. 이 사이에 철저하게 준비과정을 거쳐 다시 방송이 재개되었을때 뒤짚을 수 있을만한 카드를 뽑아드는 수밖에 없다.

어제 MBC는 그동안 무한도전에서 방영되었던 여러 특집방송들을 뒤로 한채 2007년 여름에 방영되었던 무인도 특집을 재방송으로 내보냈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본방송이 방영되는 스펀지 스타킹에 맞서 동시간대 경쟁할 수 있을만한 가장 매력적인 카드를 재방송으로 뽑아들기 마련이다. 그리고 선택된 방송이 야생에서 뛰어노는 무한도전 멤버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무인도편이었다. 그렇다면 무인도편이야말로 진정한 무한도전의 재미가 녹아있는 방송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최근 무한도전의 시청률은 계속 하락하고 있었다. 그리고 시청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었던 이유는 꼭 파업 때문만은 아니었다. 최근 정체되고 있었던 무한도전의 해답. 무인도편에는 그 해답이 있었다.


무인도편은 말 그대로 형식이 없다. 무한도전 멤버들은 자신들이 어디로 가는지 모른채 비행기에 탑승했고, 거기서 뭘 해야할지 정하지도 않은채 섬에 들어갔다. 하지만 계획이 없었음에도 멤버들은 섬안에서 그 어떤 계획들을 짜낸 버라이어티보다 더욱 무궁무진한 상황들을 만들어냈다. 깐죽거리는 하하의 모습 그리고 2인자라는 자기 컨셉이 맞게 행동하는 박명수와 뚱뚱보 브라더스라는 자신들의 캐릭터를 잘 이용하는 정준하와 정형돈이 있었다. 노홍철 또한 나무 위를 기어올라가는 모습에서 돌아이라는 자신의 컨셉을 완벽하고 실감나게 표현해냈다. 실제 몇 번의 케이블 재방을 거쳤음에도 어제 방영된 무한도전 무인도편은 보는내내 끝임없이 터지는 웃음과 재미 그리고 신선함을 안겨주었다. 이는 최근의 무한도전이 보여주는 방영분과는 반대되는 모습이기도했다.

실제 최근 방영되었던 무한도전을 되돌아보면 재미로 인한 기쁜 기억보다는 실망스러운 부분이 더 컸다. 최근 무한도전은 과거 무인도 특집과는 다르게 지나치게 계획적이고 규모가 크기만 했다. 달력 특집, 연말 콘서트 특집등 굵직하고 커다란 특집들이 연이어 나왔다. 그리고 큰 특집인 탓에 방영기간도 최고 4주까지 길기만했다. 재미있다가도 어느 순간 참을 수 없는 지루함을 안겨주었다. 엄청난 제작비를 투입했음에도 무인도 특집만큼 큰 웃음을 만들어낸 대박급 특집은 없었다. 최근의 무한도전은 너무 크고 요란한 느낌만 준 탓에 프로그램의 이미지와는 맞지 않는 모습으로 지루하다는 지적이 거셌다. 그렇기에 이제 무한도전도 긍정적인 형태로 다시 변화의 흐름을 따라갈 때가 되었다. 그것은 잘못된 키를 다시 되돌리는 일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라 본다.


꼭 무인도 특집만이 아니다. 최근 무한도전에서 가장 큰 재미를 터트렸던 대박 특집을 되돌아보면 모든 특집이 무인도 특집과 같은 일종의 서바이벌 형식의 모습을 띠고 있었다. 최근 가장 큰 재미를 주었던 6개월전의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편 또한 무인도편과 마찬가지의 모습이다.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 편에서도 밥을 먹다가 돈가방을 갖고 튀어버리는 노홍철의 모습과 아예 기차를 타고 지정된 장소를 떠나버리려는 소심한 정준하의 모습이 웃음폭탄을 만들어낸 바 있다. 하지만 이는 대본이나 설정에서 나온 상황이 아니었다. 정말 실제상황이었고 리얼한 상황에서 나온 웃음이었다. 무한도전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멤버들의 설정상 이기주의와 끝없는 리얼함 그리고 형식없는 자유로움이다. 무한도전의 가장 큰 재미는 즉 무형식에서부터 비롯된다.

그렇기에 파업이 끝나고 무한도전이 다시 방영되었을때 무인도 특집과 같은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무한도전의 모습을 다시 보여주며 시청률과 평가에서 반전을 이끌어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어제 방영되었던 무인도 특집은 무한도전이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점을 제시해준 고마운 회상이 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현재 타 방송국에서 방영되고 있는 무한도전의 라이벌이라 할 수 있으며 무한도전 이상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중인 1박 2일과 패밀리가 떴다는 정말 무한도전 무인도편의 모습과 매우 비슷한 모습을 띠고 있다. 현재 방영중인 리얼 버라이어티의 코드와 들어맞으며 무한도전만이 가지고 있는 원초적 이미지를 다시 끌어올 수 있는 방송. 어제 재방된 무인도편은 향후 무한도전의 앞날에 본바탕이 될만한 방향점을 보여주었다.


지금 무한도전 PD와 제작진은 참 어려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주말 예능 경쟁은 그 어떤 서바이벌의 장보다 살벌하고 무시무시하다. 1분 1초라도 자기 밥그릇을 놓게 되면 그것을 빼앗으려는 정글과도 같은 곳이다. 이 서바이벌의 장을 떠나 있는 PD와 제작진들의 마음도 편치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김태호 PD와 제작진에게 이번 기회가 편하지는 않겠지만 무한도전이 다시 태어나 향후 몇 년간의 재미를 보장해줄 수 있는 재충전의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그들이 다시 되돌아 왔을때 어제 무인도 특집과 같은 신선한 날 것의 작은 무형식을 가지고 있는 소소한 무한도전으로 되돌아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