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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연예스토리

에덴의 동쪽, 김명민이 송승헌이었다면




              




에덴의 동쪽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와 다른 배우들의 불만이 쌓이게 된 원인에는 송승헌이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송승헌에게 그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가 연기하고 있는 동철역에 문제가 있다. 50부작이나 되는 시대극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시 되어야 할것은 배우들간의 균형과 호흡이다. 하지만 에덴의 동쪽은 드라마 시작부터 한국판 오션스 일레븐이라는 평가 속에 단독주연도 가능한 초호화급 스타들이 다수 몰려있었고, 사공만 많은 상황에서 각본에 유지되던 균형추가 무너지며 대본이 산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동철이라는 캐릭터를 비현실적인 영웅으로 만드려는 부각속에 다른 캐릭터들이 희생되는 상황이 연이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만약 한 인물의 인생과 그 주변인물을 해석해야하는 사극이었다면, 이와 같은 무작정 이동철 띄워주기가 납득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에덴의 동쪽은 비록 과거의 모습이지만 현실을 반영해야할 시대극이었고, 운명이 엇갈린 당사자들과 성녀의 모습을 한 현대적 악녀 캐릭터까지 보여줘야 할 것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에덴의 동쪽은 시놉시스와 스토리를 포기하고 철저하게 이동철만을 위한 원맨 드라마가 되어갔고, 이로 인하여 균형과 호흡은 어느 순간부터 등한시되기 시작했다. 


에덴의 동쪽의 중심은 물론 이동철이다. 그는 신태환과 함께 원수가 되어버린 두 집안 갈등의 중심축이며 복수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당사자이기도하다. 하지만 주변 이야기까지 희생시켜가며 완벽한 캐릭터로 만들어야 할 필요는 없는 인물이며, 반대로 완벽하기보다는 스토리상 냉혈하고 치기어린 모습을 지니고 있어야함이 옳다. 에덴의 동쪽과 일정부분 유사한 구조를 지니고 있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보면, 동생을 대신해 죽어야지만 그를 집에 보낼 수 있는 형이 등장한다. 그는 죽어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가진채 전쟁터를 누비고, 이런 용기 덕분에 동생을 집에 보낼 수 있는 훈장을 따낸다. 하지만 전쟁 전까지는 찌들지 않았던 그의 심성은 죽음보다 더한 전쟁의 고통을 거치며 포악해지고 흉폭해졌고, 결국 주변인물들을 의심하며 그들의 죽음을 방치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에덴의 동쪽의 이동철과 마찬가지로 목표를 향해 달려갔으나, 설득력있는 변화와 성장하는 모습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에덴의 동쪽의 이동철은 어떠한가. 그는 드라마 안에서 복수를 위해 살아가며 손에 피를 묻히는 인물로 묘사됨에도, 냉혈해지기는 커녕 이 시대에 다시 없을 완벽하고 따뜻한 인물로 설정되어 계속 그 모습을 유지해나간다. 그의 직업을 굳이 분석하자면 그는 조폭이며 깡패다. 그런데 깡패같지 않은 정당함과 정의로움을 가지고 있다. 그는 사건과 사고를 연이어 터트리는 주변 인물들을 돕는데 시간을 할애하고, 심지어 자신을 배신하고 죽이려했던 왕건을 위해 중요한 서류까지 정적인 신태환에게 내어준다. 중간 어머니의 호통때문에 복수라는 목표 하나로 유지하던 조폭직함을 내던지지만, 갑자기 추가된 동생의 살인누명혐의 덕분에 다시 되기 싫은 깡패가 된다. 거기까지는 낯이 간지러워도 참아줄만하다. 하지만 너무나 순정적인 남자라서 사랑하는 여자를 향한 일편단심에 그녀의 행복을 위해 덜떨어진 그녀의 남편 목숨까지 구제해주려 애쓰는 모습은 너무나 비현실적이라 코웃음만 터진다. 이 정도면 시대극 드라마가 아니라 가히 슈퍼맨 배트맨이 등장하는 히어로물에 가깝다. 더 재미있는것은 이렇게 완벽한 동철에게서 정작 매력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방영되었던 드라마 중에서 주인공의 캐릭터 변화로 시끌벅적한 파문을 일으켰던 드라마가 존재했다.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시청자들은 극중에서 자기 단원들을 위해 애쓰던 강마에가 자신의 제자인 강건우의 재능을 시샘하여 공연이 망가지는 과정을 우두커니 지켜보는 모습에 비난과 분노를 쏟아냈다. 드라마 속에서 전례가 없을 정도의 호응과 카리스마를 만들어내던 인물을 망쳐놨다는 이유때문이었다. 하지만 애청자들의 제작진을 향한 비난에도 제작진의 의지는 단호했다. 작가 스스로가 종영 후의 인터뷰에서 말했듯, 그 당시 제작진은 드라마를 위해 강마에의 카리스마를 망치고 싶어했다. 주인공 김명민 또한 이에 동의하였고, 결국 드라마를 위한다는 이유로 주인공 강마에가 제자를 시샘하는 부분이 드라마에 삽입되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이에 비난만 쏟아냈을뿐 강마에에 대한 믿음은 저버리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제작진의 시도에도 강마에의 카리스마는 전혀 망가지지 않았다. 반대로 그의 인간적 면모만 더 강조시키는 결과로 이어졌을뿐이다. 드라마를 위한 결정이었지만, 시청자들은 우리처럼 질투하고 시기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더 친근한 감정과 인간적인 카리스마를 느끼며 교감한 것이다. 

만약에 송승헌이 맡은 이동철 역할을 맡은 배우가 김명민이었다면 어떤 결과가 일어났을까. 아마도 그는 시놉시스와는 다르게 마치 슈퍼맨이나 배트맨처럼 완벽하게 묘사된 영웅같은 자신의 모습을 낯간지러워하며 먼저 앞장서 반대했을 것이다. 한 여자만을 위한 일편단심 그리고 완벽하기만한 인물은 재미가 없다. 오직 표면적 '똥폼'만 제공할뿐 시청자들에게 전혀 심리적인 동요도 일으키지 못한다. 실제로 에덴의 동쪽이 30% 내외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그 누구도 이동철이라는 캐릭터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반대로 그들은 이동철의 반대편에 서 있는 탐욕스러운 신태환과 출생의 비밀로 일어난 심리적 고통에 괴로워하는 신명훈의 모습에 더 관심을 쏟고 있다. 이는 당연한 결과다. 시청자들은 주인공이지만 이동철이라는 캐릭터가 보여주는 비인간적인 모습들을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그가 보여주는 멋진 모습들을 생소하게만 느끼고 있는 것이다.


송승헌측에서 무조건 드라마가 이동철 중심으로 가기를 원했고, 이다해가 맡은 혜린역과의 로맨스를 거부하고 일편단심으로 국자만을 바라보는 각본을 요구했다는 기사가 나오기도했으나 이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고, 송승헌 본인이 직접 홈페이지를 통해 이를 부인하였다. 즉 이번 파장에 송승헌의 직접적인 책임은 없다. 하지만 그 또한 도의적인 책임은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동철이라는 캐릭터를 위해 에덴의 동쪽이라는 드라마가 희생한 감내와 그 정도는 매우 크고 심각하다. 에덴의 동쪽은 결코 송승헌에 의해 망가진 것은 아니지만, 이동철이라는 캐릭터때문에 망가진 것은 사실이다. 

태왕사신기에서 배용준이 맡았던 주인공 담덕의 모습은 드라마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몇몇 시청자들의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그들은 사극에서 보여줘야할 카리스마를 상실한채 부드럽고 멋진 모습으로 일관하는 배용준의 담덕을 향해 일본 아줌마들을 위한 겨울연가 준상이의 사극 귀환버전이라며 조롱을 쏟아냈다. 실제로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있는 한류스타들은 배우로서의 과감한 도전이나 새로운 시도보다는 자신를 이미지 안에 가두고 새로운 작품에서도 과거 자신이 보여줬던 모습을 답습하며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만, 멋있고 좋은 캐릭터만 보여주려는 태도를 보여 비난을 사기도한다. 하지만 드라마나 영화 속 자신의 캐릭터를 망가뜨린다고해서 스타성까지 망가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드라마를 위해 또 자기 캐릭터의 능동적인 변화를 위해 조금 더 멀리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대중은 어리석고 속좁고 자기중심적인 강마에의 모습에 환호하며 그를 올해 드라마 속에 등장한 캐릭터 중 최고로 꼽았다. 톱스타 송승헌이라면 그의 역량으로 단편적이고 재미없는 동철의 모습을 조금 더 매력적이고 진취적이며 인간적인 모습으로 이끌어갈 수 있지 않았을까. 송승헌이라는 배우가 조금 더 영리하고 영민했다면, 이동철을 조금 더 현실적인 모습으로 바꾸고 자신에게 주어진 힘을 옳은 방향으로 쓸 수 있었을것이다. 이에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