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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버라이어티

패밀리가 떴다와 1박 2일의 차이


      




패밀리가 떴다가 비평가들이 선정한 2008 좋은 방송프로그램 대상 예능 프로그램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게 되었다. TV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과 평론가들은 새로운 코너개발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 시골의 따스함, 사람의 정을 느끼게 해 주는 등 기존 오락 프로그램과 차별화하려는 새로운 시도와 노력을 높게 평가하며 패밀리가 떴다를 2008년 우리나라 최고의 예능 프로그램으로 선정하였다. 이와 동시에 패밀리가 떴다의 메인MC인 유재석은 한국 갤럽에서 조사한 최고의 개그맨 투표에서 역시 4년 연속 1위에 랭크되며 독보적인 우리나라 최고 MC이자 개그맨임을 다시 증명하였다. 제작진으로서는 겹경사를 맞은 셈이다.

처음 시작했을때 전작이었던 옛날TV, 기승사와 마찬가지로 얼마되지 않아 시청률 부진으로 종영될 것이라는 비아냥에 시달렸던 패떴은 벌써 방영된지 수개월이 지나가고 있음에도 그 인기가 식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비를 비롯한 특A급 게스트와 예능에 자주 출연하지 않는 장혁이나 이수경과 같은 연기자들 또한 자신들의 규칙을 깨뜨리고 패떴에 출연을 자청하고 있다. 그야말로 패떴은 날이 갈수록 국민을 대표하는 국민 예능 프로그램으로 거듭나고 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1박 2일은 여러모로 뒤숭숭하기만하다. 웃음을 위한다는 얕은 목적으로 멤버들을 지나치게 가학적 상황으로 내몬다는 지적과 지루한 다큐멘터리가 계속된다는 시청자들의 맹비난이 쏟아지고 있고, 최근에는 출연을 위해 빌린 유선관에서 전혀 여관의 성격과 맞지 않는 행동을 저지르는 내용의 방송을 그대로 내보내 유선관에 막대한 피해까지 입힌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네티즌들과 블로거들은 비난과 함께 제작진의 해명을 요구하고 있으나, 1박 2일 제작진은 예전 사직구장에서 일으킨 행패사건에 변명으로 일관했던 그 때의 그 날을 재현하듯 묵묵히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패떴이 오늘날 2008년 최고의 예능 프로그램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고 있는 이 사이에 1박 2일은 모 사이트에서 실시한 유저들의 설문조사에서 2008년 최악의 예능 프로그램으로 선정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에 그치지 않고 1박 2일의 이명한 PD는 최악의 PD, 1박 2일의 자막은 최악의 자막, 멤버인 MC몽은 최악의 멘트를 꺼낸 인물로 선정되었고 또한 1박 2일은 2008년 올해 최악의 언론플레이를 펼친 프로그램으로 선정되었다. 예능 프로그램의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에서 1박 2일은 독보적으로 최악의 분야에 다섯 부분이나 선정된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패밀리가 떴다를 최고로 만들었고, 1박 2일을 최악으로 만들었을까. 두 프로그램 모두 멤버들이 여행지를 방문하고 그 여행지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사건들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전개해나간다. 기본적인 게임과 스타일도 비슷하다. 주로 시골을 찾고 알려지지 않는 곳을 찾는다는 것도 비슷하며, 전체적인 틀 자체도 비슷하다. 겉으로만 보면 두 프로그램 사이에는 많은 경계선이 그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깊게 파고들어가보면, 패떴과 1박 사이에는 그 경계선 너머로 쉽게 메워지지 않는 커다란 장벽을 하나 두고 있기도 하다. 두 프로그램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자연스러움과 자연스럽지 못한 괴리감 사이. 그 사이에서 비롯되고 있다.


패떴이 특별히 가학적인 장면 없이도 좋은 웃음 포인트를 뽑아낼 수 있는 것은 그만큼 멤버들간의 호흡과 역할의 분담이 잘 되어있기 때문이다. 중간에 투입되어 여전히 다소 불편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김종국을 제외하고는 다른 캐릭터들간의 호흡이 최절정에 다다랐다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패떴은 패밀리라는 이름처럼 척척 들어맞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패떴의 중심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이천희와 이효리 박예진은 늘 재미있는 상황극을 만들어내고 창조해내고 있으며, 유재석은 이를 완벽하게 정리하고 김수로와 윤종신은 이러한 상황들을 맛깔나게 재현해내고 다시금 2차적인 상황으로 유도하고 있다. 물론 아이돌 그룹 멤버가 아니라 그냥 예능인이라고 봐도 될만큼 뛰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는 대성 또한 꼭 거론되어야 할 패떴의 중요 멤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1박 2일은 자연스러운 웃음을 만들어내고 못하고 있으며, 멤버들간 대화만으로 상황을 만들어내는 호흡부분에서 절대적으로 다른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비해 부족한 면모를 노출하고 있다. 이는 1박 2일의 멤버 개개인의 능력이 패밀리가 떴다를 비롯한 리얼 버라이어티의 멤버층에 비해 심히 뒤떨어지는 이유 때문도 있겠으나, 실상 가장 큰 문제는 자연스럽지 못한 상황극에서 비롯된다. 이는 멤버 은지원이 최근 해피투게더에 출연하여 말한것처럼, 카메라 안에서의 재미를 위해 카메라 밖에서는 일부러 서로 말을 나누지 않도록 강호동이 지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약점인지도 모른다. 카메라 밖과 안이 다르니 카메라 안에서 아무리 재미있게 하려고해도 자연스럽지 않고, 멤버들끼리도 인위적인 무언가와 소재가 있어야 대화와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결국 밥상 앞에서까지 게임을 해야한고, 이미 정해진 시나리오 그대로 게임을 하다가 유치한 상황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게임 때문에 구석으로 사람을 끌고가 얼굴에 칠까지 한다. 지나치게 인위적인 상황만 잔뜩 만들고 있고, 그 인위적인 상황이 모든 것을 망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패떴이 서로 뿔뿔히 흩어져 각기 저녁식사를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인위적인 무언가 없이도 캐릭터에 맞게 자연스러운 상황들을 만들어내는 것과는 대조적이라 할 수 있다.


온갖 비난과 비판에 시달리고 있는 1박 2일이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은 강호동을 제외하고 유연한 사고방식을 지닌 예능인으로 멤버를 교체하는 방법도 있고, 카메라 안에서 유독 친근한 척하는 연기가 뛰어난 강호동을 이용해 리얼 버라이어티 형식을 갖춘 대본형식 버라이어티로 가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그 전에 제작진이 어설픈 방법으로 무한도전을 따라하는 것보다는 패떴의 푸근함을 보고 배우는 것이 좋다는 것을 깨달아야만 한다. 자신들이 가야 할 방향점부터 먼저 알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몇몇 이들은 1박 2일이 멤버들을 가학적인 상황으로 몰고가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람을 강제로 얼음물에 입수시키는 것은 자칫 심장마비로 인한 사망사고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리고 그 얼음물을 뒤짚어 쓴채로 사람을 눈발을 헤치고 뛰게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주인이 언짢아하는 가운데 이 추운 겨울날 유선관 계곡에서 그런 만행을 저지르는 것이 우리나라의 갈만한 곳을 소개하겠다는 취지에 과연 들어맞을까? 그 장면을 보고도 1박 2일이 가학적이지 않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본다. 현재 대중에게 최악의 프로그램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1박 2일에게 필요한 것은 자세를 낮추고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점을 잡는 일이다. 방향점이 없다면, 가라앉을 일밖에 남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