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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버라이어티

이천희와 박예진, 선택의 기로에 서다



               





패밀리가 떴다로 단연 인기상승의 최고 수혜를 입은 이를 꼽자면 배우 이천희와 박예진이 선택될 것이다. 다른 패밀리가 떴다 멤버들 또한 패떴을 통해 자신들의 위치와 명성을 업그레이드 시키는데 성공하였으나, 사실 유재석이나 이효리 김수로에게 있어서 패떴은 성공하더라도 자신들의 커리어에 있어서 본전치기였고 실패했다면 명성에 흠만 남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이천희와 박예진 두 사람은 프로그램이 실패하더라도 잃을 것 없는 상황에서 패떴에 투입되었으나 현재는 이 프로그램을 통하여 자신들의 인지도는 물론 최고의 인기까지 덤으로 얻으며 그동안 인연이 없던 CF 스타로 입지를 굳혀나감과 동시에 이미지 또한 성공적으로 변화시키는데 성공했다. 실제 이천희와 박예진은 패떴 이전에는 주로 딱딱하고 냉철한 캐릭터를 연기해왔던 배우였으나, 패떴에서의 솔직하고 활기찬 모습을 바탕으로 삼아 새로운 캐릭터를 부여받았고 이제는 그 모습이 아니면 어색하게 느껴질정도로 그들에게 패떴은 자신들의 커리어 정점에 서게 될 작품으로 남게 되었다. 하지만 패떴이 하락세가 아닌 최정상의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패떴에서의 인기와는 별개로 배우로서 그들이 가야 할 길에 대해서 조금의 심사숙고와 고민이 필요한 시점도 되지 않았나 싶다.


일단 인간 이천희에게 2008년 올해는 분명 자신 인생 최정점에 서게 된 해였다. 하지만 배우 이천희에게는 또 그렇지 못한 한 해이기도 했다. 그는 KBS에서 방영되던 드라마 대왕세종에 타이틀롤을 맡은 세종 김상경 다음의 비중을 지닌 과학자 장영실 역할로 캐스팅되어 연기를 펼쳤으나, 기대와는 다르게 시청률이 10% 내외에 머물며 배우로서 다시 실패를 맛보아야만 했다. 물론 대왕세종의 실패 원인을 이천희에게 전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드라마 중간중간 터져나왔던 이천희에 대한 미스캐스팅 논란을 생각해보면 이와 같은 문제에 결코 그가 자유로울 수는 없다. 대왕세종의 시청자들은 장영실이 곤장을 맞으며 진지한 대사를 내뱉음에도 그 모습을 바라보며 웃음이 터졌으며, 도저히 장영실에게 오버랩되는 이천희의 모습 때문에 드라마적 몰입이 힘들다는 불만과 불평들을 쏟아냈다. 패밀리가 떴다의 시청자층은 이천희가 가진 이런 딜레마를 최대한 옹호하였으나, 그 당시 대왕세종의 실패 원인을 이천희에게서 찾는 시청자층도 적지 않았다. 그만큼 그의 이미지에 대한 논란은 당시 끝임없이 불거져나왔던 문제였다. 또한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미스캐스팅 논란 이전에 제작진이 처음 이천희를 기대하고 캐스팅했던 상황과 이천희가 실제 보여준 연기력이다. 이천희는 분명 장영실이라는 캐릭터를 맡아 제 몫 이상의 훌륭한 연기를 선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비판받아야만 했다.

박예진 또한 2008년은 배우로서 자신의 커리어를 쌓는데 실패한 한해였다. 2007년 드라마 위대한 캣츠비와 대작 사극 대조영의 여주인공으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었으나, 2008년에 들어서자 그녀는 연기자로서는 도통 섭외요청을 받지 못했다. 연기파 배우라는 이미지가 짙었으며 주로 냉철하고 지적인 캐릭터로 주로 캐스팅되던 그녀는 도통 그런 배역에 대한 섭외가 들어오지 않았고, 배우로서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아지기 시작했다. 패떴과 더불어 그녀는 B급 냄새가 물씬 풍기는 케이블 조폭 드라마 여사부일체에 출연하였고, 이 드라마는 케이블 드라마치고는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드라마의 내부적인 평가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뻔하고 식상했으며 배우들의 뻣뻣하고 뻔뻔함만이 노출된 드라마라는 혹평이 뒤따랐다. 그리고 연기파 배우로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던 박예진에게 있어서 배우 커리어에 오점으로 기록된 작품으로 남게 되었다.


이천희와 박예진은 이토록 2008년 극과 극을 오간 한 해를 보냈다. 여기서 주목하며 바라봐야 할 점은 대중이 TV 출연자들을 바라보는 소비패턴이다. 대중들은 배우들이 자신의 신비감을 벗고 예능 프로그램과 토크쇼에 출연하는 것을 열렬한 환호와 환영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와 반대되는 이율배반적인 기준을 배우들에게 적용시키기도 한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배우들이 웃음을 주는 것을 연기자로서 보여주는 또다른 카리스마 혹은 노력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그들에 대한 본모습으로 받아들이고 이후에는 그런 모습을 배우들의 캐릭터에 자주 오버랩시킨다. 그리고 이는 이천희가 대왕세종에서 아무리 진지한 캐릭터를 훌륭히 연기해내도, 박예진이 패떴 이전까지 카리스마 넘치는 악역을 수차례나 맡아온 배우였음에도 이는 결코 뒤엎기 힘든 상황까지 이르고 만다.

톱스타들이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기피하는 것은 배우로서의 자신의 캐릭터와 이미지를 지키고자 하는 고육지책이다. 심지어 예능 프로그램을 등에 업고 톱스타가 된 윤은혜마저 배우로서 자리매김한 뒤에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고 있다. 할리우드의 슈퍼스타 톰 크루즈는 오프라 윈프리 토크쇼에 나와 소파 위에서 방방 뛰는 행동을 보이며 자신의 이미지를 크게 깎아먹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배우에게 있어서 좋은 이미지 변신의 장이 될 수 있지만, 너무 많은 길로 접어들었을시에는 본전 이상을 거두기 힘든 상황으로 내몰리기도 한다.


이천희와 박예진은 패떴으로 인해 얻은 것도 많지만, 이로 인해 입은 손해 또한 대단히 크다 할 수 있다. 아마도 이천희는 이후에도 영화 태풍태양에서 맡았던 선굵은 연기를 다시 맡기는 어려울 것이다. 박예진 또한 대조영에서 보여주었던 카리스마 넘치는 배역이나 위대한 캣츠비에서 보여주었던 여러 남자들 사이를 이리저리 오가는 팜프파탈의 이미지를 당분간 다시 선보이기는 힘들거다. 그런 의미에서 단기적 측면에서 패떴은 이들에게 큰 이득이 되었으나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반대로 손해를 입힌 작품으로 남을 수도 있다.

주로 악역 혹은 아줌마 역할을 맡아왔던 배우 양정아는 예능 프로그램 골드미스가 간다에 출연하면서 자신의 이미지를 한꺼풀 벗는데 성공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 또한 골드미스가 끝난 뒤 2시간 뒤에 방영되는 드라마 유리의 성에서 지적인 면모를 지닌 차가운 재벌가 며느리 역할로 출연하는 것과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상황이 너무 동떨어지기에 드라마에 피해가 가지 않을까 조심스러운 마음을 가졌었다고 밝힌바 있다. 배우에게는 인간과 배우로서 선택할 수 있는 이미지 사이의 괴리가 늘 부담스러운 벽으로 남아 존재한다.

박예진과 이천희는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상상도 하기 힘들 정도로 대중의 열렬한 지지와 환호를 이끌어냈고 지금까지 성공적인 행보를 걸어왔다. 하지만 앞으로 이와 반대로 배우로서의 길을 걸어야 할 그들에게 또다른 선택의 시간이 곧 다가올 것이다. 그들이 배우로서 자신들이 추구하는 방향점을 잡아 길을 걷기 위해서는 이제는 패떴에서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하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며, 예능인이자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출연자로서 조금 더 인상적인 모습을 남기고 싶다면 패떴 외에 다른 버라이어티에 적극적으로 출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대중은 그들의 이중 플레이를 쉽게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부디 그들이 배우로서의 길이건, 예능인으로서의 길이건, 선택의 기로에서 부디 좋은 선택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