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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버라이어티

이효리, 그녀에게 연예대상은 짐일뿐



                 






상은 받는 이에게 어떤 방법으로든 기분 좋은 경험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자칫 잘못된 수상이 결정될경우 만만치 않은 후폭풍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가끔은 받는다는 자체를 즐거워하기 이전에 신중한 생각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배우 윤은혜가 지난 백상예술대상과 MBC 연기대상 최우수 여자연기자상을 받은 뒤 거센 비판과 연기력 논란에 시달린 것을 상기해보면, 정작 당사자에게는 상을 받는 일이 늘 유쾌한 기억으로만 남는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연예인에게 주어지는 상은 대중을 감동시킨 것에 대한 보답입니다. 하지만 정작 대중이 연예인의 수상을 납득하지 못하게되면 비극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트랜드세터인 이효리는 이미 2003년에 굵직한 가요계 정상의 자리를 모두 휩쓴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핑클의 멤버에서 벗어나 솔로 1집 10minutes로 그녀가 누린 당시 인기는 가히 신드롬에 가까웠습니다. 온 방송과 신문지면을 포함한 연예계가 이효리의 말한마디에 들썩거리고 휘청거렸으며, 그녀는 당대 최고의 디바로 대접받았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주목하고 경외시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이효리는 이와 같은 대중의 태도를 부담스러워했습니다. 후일 그녀는 그 당시 본인 스스로도 자신이 가요대상을 받은 것을 정당하지 않게 생각했다고 말하였습니다. 나중에는 이에 대한 부담감때문에 가수생활을 그만둘 것을 고려했다는 고백을 하기도 했습니다. 상은 그녀에게 독이 되었고, 부진에 늪에 빠지는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버린 것입니다.


오랜 시간의 공백 끝에 그녀가 다시 진행자로서 TV에 돌아왔을때, 그녀는 아직까지 최고의 스타로 대접받고 있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이제 내려올 때가 된 것이 아니냐는 주위의 비판에 시달려야만 했습니다. 연기자로서의 혹독한 실패 이후 싱글 앨범과 함께 발표한 드라마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의 반응도 좋지 않았고, 후배 가수인 아이비가 그녀가 비워두었던 최고 디바라는 타이틀을 가져가는데 성큼 다가서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녀가 위기를 극복해내는 방법은 초심으로 되돌아가는 방법이었습니다. 노래만큼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인 예능 프로그램 MC직으로 다시 스타로서의 자신의 가치성을 판단받는 승부수를 내던진 것입니다.

하지만 그녀의 컴백은 그닥 순탄치 못했습니다. 복귀 프로그램이었던 체인지의 첫 회에서 지하철에 탄 시민에게 이미 한물간 스타라는 가혹한 평가를 받아야만 했고, 프로그램 또한 초반 반짝 화제를 불러일으켰으나 이내 가라앉기 시작했습니다. 상징이나 다름없던 여자 아나운서를 대신해 상상플러스의 MC로 투입되었으나 시청률은 부진했고 그녀는 이내 비판에 시달려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그녀는 이내 수렁에서 벗어나 자신의 돌파구를 찾아냈고, 그 프로그램이 바로 패밀리가 떴다입니다.


물론 패밀리가 떴다가 그녀의 돌파구로서 이용만 된 것은 아닙니다. 그녀 또한 패밀리가 떴다의 높은 시청률과 인기 행진에 가장 큰 공로를 지닌 최고의 멤버임이 틀림없습니다. 탁월한 감각과 섬세하고 솔직한 매력을 지닌 그녀는 리얼버라이어티에 가장 잘 어울리는 히로인이고, 패밀리가 떴다가 가진 리얼함과 생동감에 숨을 불어넣는 최고 공신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패밀리가 떴다 안에서 실상 최고의 멤버라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맹활약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패떴의 시청률이 25%를 넘나들며 최정상급의 리얼 버라이어티로 거듭날 수 있는 그 원동력에는 이효리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녀가 2008 SBS 연예대상의 강력한 수상 후보자로 거론되는 것은 결코 무리가 아니라 할 수 있습니다.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결론만 말하자면, 패밀리가 떴다가 거둔 실적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그녀는 연예대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남성MC들과 유재석, 강호동이라는 투톱의 균형추 속에서 비록 다른 장르에서 끌어온 스타성이지만 그에 못지 않은 파괴력을 지닌 그녀의 연예대상 수상은 파격만큼이나 신선한 선택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에게 상을 수상하는 것이 그런 상징성 이상으로 그녀를 위한 옳은 수상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그녀가 만약 대상을 차지하게 된다고해도, 실상 여러가지 상황을 놓고 보았을때 단독대상은 어렵다 할 수 있고, 공동대상의 형식으로 상을 가져갈 확률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그녀는 패떴에 함께 출연중인 MC 유재석과 대상을 차지하게 될 확률이 높은데, 이는 자칫 공동대상 논란속에서 상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문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해 2007 MBC 연예대상이 남긴 최악의 폐단은, 단연 무한도전 팀이 연예대상을 공동으로 수상한 것이었습니다. 무한도전이 사실상 2007년 한해동안 예능국을 넘어서는 MBC를 대표하는 간판 프로그램이었고, 멤버들간의 돈독한 팀워크가 높은 시청률을 이끌어내는데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고해도, 이와 같이 대상이라는 가장 커다란 파이에 공동수상이라는 딱지표를 달아준 것은 분명히 상의 의미와 권위를 퇴색시키는 결정이었습니다. 일부의 비난이 거세지자 MBC측에서는 누구 한 명에게 대상을 준 것이 아닌 무한도전 팀원과 스탭들 전체에게 수여하는 상징적 의미의 대상이었다고 변명하였지만, 이는 그닥 설득력있는 주장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했습니다. 이번에도 공동수상이라는 결과가 반복된다면 대중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할 확률이 높습니다. 실적은 충분하지만 부족한 명문은 끝임없는 논란을 야기할 수 있으며 그녀에게 의외의 스트레스로 작용될 소지 또한 충분합니다.

또한 앞서 이야기했듯 이제서야 기지개를 펴고 이효리라는 자신의 짓눌린 이름값에서 벗어난 그녀에게 대상이라는 존재가 또 하나의 부담스러운 감투가 되어, 다시 그녀를 틀 안에 가두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부정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너무 서두르게 되면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듯, 지금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천천히 속도를 올리며 뛰기 위해 준비하는 영리함이지 벌써부터 전력질주를 다해 뛰는 일은 아닙니다. 대중이 그녀를 기다려주지 않고, 그녀 또한 과거의 영광에 목매달며 서두른다면 지난 2003년에 그녀가 느낀 감정들이 다시 데자뷰처럼 반복될 확률이 적지 않다 할 수 있습니다.


이효리는 TV 프로그램 복귀를 결정하였을때 농담삼아 2008년에는 가요대상보다는 연예대상을 노리고 싶다는 말을 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발언일뿐이고 그녀 또한 지금 당장 연예대상을 원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톱스타답지 않은 수수한 마인드를 지닌 그녀는 분명히 현시점에서 우리나라 최고의 여성 버라이어티 출연자입니다. 결코 서두를 필요가 없습니다. 그녀가 앞으로 더 보여줄 것은 아직도 무궁무진하기에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녀를 높이 치켜세울 필요가 없습니다. 올라간만큼의 쓰디쓴 추락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한때 대중은 이효리라는 이에게 품안 가득 선물을 안겨준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받는 사람은 이를 부담스러워한 바 있습니다. 이효리는 그런 스타입니다. 그리고 그런 스타로서의 자신감과 솔직함 그리고 당당함하면서도 자기 위치를 판단할줄 아는 영리함이 지금의 그녀를 만든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그녀에게 지금 당장 상은 필요없습니다. 그것은 그녀에게 짐만 될 뿐이고, 상이 아니더라도 그녀는 충분히 최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