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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버라이어티

1박 2일, 문제의 해답은 강호동이다



                    





오래간만에 스타킹을 보면서 그동안 망각하고 있던 어쩌면 알고 있으면서도 부인하고 있었던 한가지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프로그램 시작부터 끝까지 게스트들을 제대로 휘어잡고, 일반인 출연자들에게서 웃음의 포인트와 그들의 능력을 뽑아내는 강호동이라는 진행자의 대단한 능력을 확인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가 왜 저조한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이 프로그램으로 SBS 연예대상을 차지할 수 있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현재 스타킹은 강호동을 위한 강호동이 이끌어가는 강호동의 장점이 100% 두드러지는 프로그램입니다. 소재의 식상함과 여러가지 악재에도 불구하고 무한도전의 대항마로서 꾸준히 10%의 고정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는 원동력 또한 강호동의 진행능력에서 비롯되는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타킹에서 그가 보여주고 있는 완벽한 능력과는 달리 한편에서 그는 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합니다. 그에게 영광과 시련을 모두 안기고 있는 양날의 검과 같은 프로그램인 1박 2일에서의 그의 모습은 부진하다고 해석해도 틀리지 않은 매너리즘을 겪는듯 보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강호동이라는 인물은 리얼 버라이어티에 어울리는 구축점은 아닙니다. 그는 스타킹과 같은 스튜디오 안에서 진행되는 버라이어티 형식의 프로그램이나 야외에서 진행되더라도 캠퍼스 영상가요와 같은 진행형 형식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능숙한 인물이며, 게스트와 진행자들에게 주어진 상황극과 꽁트를 기가 막히게 제대로 배치해내는 진행자입니다. 과거 천생연분에서 연애편지까지 그가 진행자로서 자신의 재능을 100% 발휘했던 프로그램은 이와 같은 대본형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었습니다. 1박 2일은 강호동과 KBS가 야심차게 준비했던 대본형 버라이어티 준비됐어요가 시청률 부진으로 폐지된 뒤 시험 형식으로 도입된 리얼 버라이어티 형식의 프로그램이었고, 사실 이렇게 대박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것을 그 당시 제작진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대박이 났기에 유지는 되었지만, 강호동이라는 진행자 입장에서는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문적 분야가 아니라 할 수 있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진행자가 된 것이기에 장기적 어려움을 뒤따를 수 있는 문제가 노출될 것은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흔히 1박 2일의 애청자들은 프로그램의 인기가 수직상승한 시기를 김C와 이승기가 1박 2일에 제대로 자리매김 한 뒤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사실 시청률과 별개로 1박 2일의 기초적 배경에는 김종민과 지상렬, 노홍철이 만들어낸 꽁트와 상황극이 절대적인 요소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캐릭터와 과거 X맨을 비롯한 버라이어티에서 맺은 강호동과의 충분한 호흡력은 1박 2일의 튼튼한 기초베이스가 되었고, 초반 어려움 속에서도 1박 2일이 재미있는 프로그램으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이 능력과 영향력이 그만큼 절대적으로 좋았기 때문입니다. 강호동 또한 이와 같은 동료들의 도움 속에서 자신의 능력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었고, 어느새 리얼 버라이어티에서도 훌륭한 진행능력을 뽐낼 수 있었습니다. 즉 모든 예능이 그렇듯 적절한 서로간의 도움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나간 뒤 시청률은 급상승했지만, 강호동은 고립되었고 1박 2일의 재미 또한 점점 추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1박 2일의 멤버구성도를 살펴보면, 모래 위에 지은 성과 같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강호동과 이수근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 4명이 전원 음악을 본업으로 삼는 가수들로 구성되어 있고, 이 중에서 1박 2일 이전에 제대로 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경험을 가지고 있는 인물은 그나마 MC몽이 유일합니다. 그만큼 버라이어티 경험이 없는 신선한 인물들이었기에 눈길을 끄는데는 성공했지만, 이들의 재능은 곧 바닥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고 캐릭터 또한 뚜렷하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인위적인 허당과 도사 캐릭터는 일시적 반등에는 효과를 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무언가 만들어낼 요소를 차단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강호동은 자연스럽게 고립될 수밖에 없었고, 허둥댈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 1박 2일 멤버들 중에서 이수근이 보여준 능력은 그나마 가장 나은 것이었습니다. 독보적인 말재주를 가진 개그맨은 아니지만, 그는 강호동과 리액션을 비롯한 호흡을 잘 맞춰가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어려운 순간마다 구원투수로서 강호동을 구심점에 놓는 역할 또한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개그맨이고 예능을 본업으로 삼고 있는 인물이었기에 그는 강호동이 어려운 순간을 그나마 정확하게 읽고 있었던 것입니다.

무한도전도 사실 잭에스와 같은 버라이어티에서 자신들의 여러 형식을 가져왔고, 1박 2일은 좀 더 순한 형식으로 무한도전의 방식을 많이 뒤따라 갔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무한도전이 여섯 남자로 구축되어 있고 멤버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여긴다고 해서 1박 2일이 그 뒤를 따라갈 필요가 있을까요? 1박 2일에게는 지금 과감한 변화가 필요합니다. 즉 더 새로운 것을 보여주기는 힘들다 여겨지는 가수 멤버들을 과감하게 제외하고 버라이어티에 능숙한 유세윤이나 붐과 같은 캐릭터나 혹은 이수근처럼 눈치가 빠른 개그맨들을 데려올 필요가 있습니다. 강호동을 구심점에 둘만한 인물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1박 2일의 멤버인 은지원은 지난 해피투게더에 게스트로 나와 '유재석이 좋으냐, 강호동이 좋으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는 서로 장점이 다르기에 비교할 수는 없지만, 카리스마 있는 강호동보다는 부드러운 유재석이 더 좋다는 뉘앙스의 말을 꺼내었습니다. 강호동은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는 인물입니다. 실제로 카메라 밖에서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에게 말도 하지 못하게 하고 카메라 앞에서 최선을 다하게 만드는 스타일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카메라 밖과 카메라 안의 강호동은 또 다릅니다. 그는 스타킹에서 여섯 살 아이에게 당하고 무릎팍도사에서는 까마득한 후배 유세윤에게 당합니다. 하지만 1박 2일의 멤버들은 리얼함만을 추구하기 때문인지 가끔 화면 밖의 강호동을 인위적으로 화면 안으로 데려오도록 만들고 있고, 또한 자기들이 앞장서서 강호동의 카메라 안의 모습을 부담스러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와 같은 그들의 태도는 강호동 특유의 카메라 안 리액션이 죽어가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카메라 밖에서는 강호동에게 호되게 당하더라도 카메라 안에서는 능글맞게 강호동을 몰아붙일 수 있는 뻔뻔함을 지닌 새로운 인물이 지금의 1박 2일에게는 가장 절실합니다.

1박 2일이 갑자기 재미가 없어진 이유 중 가장 큰 원인은 제작진의 무능력과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의 낮은 수준 때문이었습니다.  강호동이라는 예능인은 전적으로 자신을 구심점에 두고 주변 캐릭터들을 적절한 방향으로 지도해나가며 이끄는 리더로서의 자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1박 2일은 딱히 강호동을 중심에 두지도 않고, 그렇다고 강호동을 외부에 두지도 않는 엉성한 상황을 만들어놓고 리얼이라며 얼버무리는 쪽을 선택하였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리얼리티를 추구한다지만 실상 프로그램 제작에 손을 놓은 것 같은 제작진의 능력 부족이 지금의 1박 2일의 다큐화를 가속화 시켰다고 볼 수 있습니다.


1박 2일이 다시 재미를 갖춘 프로그램으로 살아나기 위한 해답은 강호동에게 있습니다. 강호동을 위한 리얼 버라이어티 형식을 지닌 대본 버라이어티로, 강호동과의 호흡이 잘 맞는 버라이어티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멤버를 투입하길 바랍니다. 강호동이 가진 재능과 열정이 프로그램에서 발휘된다면, 1박 2일의 재미도 다시 살아나고 시청률도 더 오르는 일. 100% 실현될 것이 분명합니다.